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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름
  • 황지수/사회대·신문방송학과 10
  • 승인 2017.03.06 08:00
  •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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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평소에도 당뇨로 몸이 편찮으신데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 결국 일이 터진 것이다.

 지난달 다리에 고여있던 부종을 뽑아내는 수술을 하셨다. 꿰맨 자리를 보니 차라리 내 발을 대신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속이 괴로웠다.

 우리 어머니는 꽃집을 운영하셨다. 사람들은 어머니가 꽃집을 운영한다고 하면 부러워한다. 궂은 일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고, 요즘처럼 삭막한 시대에 왠지 모를 우아함까지 느껴진다나 뭐라나. 자기도 한가하게 꽃집이나 하면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여럿 만나봤다. 그것참 한밤중에 봉창 두드리는 소리다.

 나는 지난 7년간 틈만 나면 부모님을 대신해 가게를 봐왔다. 곁에서 일을 거들면서 나는 꽃집을 꾸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단 사실을 배웠다. 가위와 흙을 다루는 일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땀을 많이 흘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머니를 무엇보다 많이 괴롭혔던 것은 사람이었다. 실제로도 당신은 사람이 제일 힘들다는 말을 평소 자주 하셨다.

 예를 들어서 얼마 전까지 드라마 ‘도깨비’가 한창 유행일 땐 골치였다. 말린 목화로 된 일명 ‘공유 꽃다발’을 전시해 놓으니 목화만 똑 떼어가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개중에는 꽃다발을 사지도 않고 꽃다발을 들고 셀카를 찍는 사람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샐쭉한 표정을 짓지 아니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를 괴롭혔던 부분은 바로 내가 사장의 아들이라는 부분이었다. 어쩌다 그런 사실을 알아낸 손님들은 자주 나에게 꽃을 공짜로 달라고 요구하곤 했다. 내가 사장님과 가까운 사람인데 그 정도도 못 해주냐는 식이었다. 그런 일을 많이 겪은 후, 나는 자연스럽게 남 앞에서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사장님이라고 부르게 됐다.   

 요즘은 서비스업을 감정노동이라고도 부른다. 만약 중국집에서 군만두를 낭낭하게 주지 않으면 애 엄마의 마음이 팍 상해버린다. 어쩌다 간장을 한 종지 덜 주면 다음 날 신문 사설 코너에 대서특필 되기 십상이다. 이렇듯 감히 손님의 심기를 거스르는 서비스업자는 낙인이 찍힌다. 사회생활에 서툴다는 불평도 덤으로 딸려온다.

 TV 속 정치인들의 갑질에는 분개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가게에서 갑질을 하려고 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쌓이고 쌓여 고름이란 형태로 비어져 나왔다. 

 결국, 어머니는 건강이 너무 나빠져 가게를 돌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병원에서 퇴원하는 대로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인계할 계획이다. 부디 다음에 새로 가게를 맡게 된 사람은 아무 탈 없이 오래오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하는 모든 사람이 고름에 시달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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