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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지향적 인간
  • 백주미/사회대·가족복지학과 14
  • 승인 2016.12.05 08:00
  • 호수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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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공기의 냄새가 느껴질 때쯤, 나의 시간여행은 시작된다. 연말이라는 이유로 지나온 시간을 한번 돌이켜보는 거다. 아련한 노래를 들으면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꺼내 읽어본다.

옛날부터 써온 나의 일기장을 들쳐보고, 컴퓨터에 차곡차곡 저장된 사진을 보며 과거를 추억한다. 그렇게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아, 그땐 몰랐었는데...난 정말 행복했었구나!”,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과거미화. 옛 일기장에 쓰인 ‘힘들다’라는 문장은 그 시간을 지나온 지금의 나에겐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정도로 느껴진다. 그 옛날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고 현재의 힘듦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과거를 미화한다. 사실 그 시절도 지금만큼 힘들었고 평범했는데도 말이다.

2016년 3월, 3학년의 봄에 다짐한 것이 하나있었다. 그동안 바쁜 대학생활을 보내왔던 나를 위해 ‘이번 학기는 여유롭게 나를 돌보면서 지내야지!’라고. 그러나 개강을 맞이한 나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고학년이라는 부담감, 경험하지 못한 여유로움에 대한 불안함은 매일 밤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곤 늘 바빴던 과거를 그리워했다. 지금의 나는 옛날에 비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심리학자 케이치프 노이드는 사람에게 6가지의 감옥이 있다고 말한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는 6가지의 감옥은 자기도취, 비판, 절망, 과거지향, 선망, 질투다. 케이치프 노이드는 이러한 6가지의 감옥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중 과거지향의 감옥. 이 감옥에 머무는 사람은 옛날이 좋았다고 하며 현재의 소중함을 즐기지 못한다. 과거에 빠져 현재의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과거지향의 감옥 속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 감옥 속에서 탈출하여 생각해보면 현재의 나는 과거에 비해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 대학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꼭 한번을 휴학하겠다고 부모님께 말하곤 했는데 이 여유로움 덕분에 지금은 휴학에 대한 욕심도 말끔히 사라졌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만든다. 2016년의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거에 얽매여 아파하고 있지는 않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에는 노랗고 빨간 나뭇잎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낙엽이 되어 거리를 예쁘게 수놓는다. 이 같은 계절의 흐름을 막을 수 없듯 흘려가는 시간도 받아들어야 한다. 지나온 시간을 그리워하는 지금 이 순간도 미래의 나에게는 그리운 시절이 될 것이다. 그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후회 없는 하루를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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