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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칼럼] 차선, 때로는 최고의 선택
  • 구연진 편집국장
  • 승인 2016.12.05 08:00
  • 호수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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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그러셨죠? 나가는 게 최선이냐고. 맞아요. 그게 최선이지만 저는 차선을 택해 보려 합니다. 저 편집국장 출마하겠습니다.”
전 편집국장님에게 이 말을 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힘든 일이 겹쳤던 나는 신문사 활동을 더 이상 이어나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문과에서 자연과학계열로 넘어와 적응을 잘 하지 못했고, 기사를 쓰는 것도 너무나 힘겨웠다. 특히 취재를 위해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쓴소리를 듣는 일은 소극적인 성격인 내가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신문사에, 그것도 편집국장으로 남게 됐을까. 그건 신문사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퇴사였지만, 그 애정은 오랜 고민 끝에 차선을 택하게 했다.

편집국장으로서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1월, 여행길에 우연한 메이저 잡지 기자님과의 만남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내 기사를 읽어보고 싶다던 기자님은 여행이 끝난 후 직접 기사를 첨삭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써온 기사들이 ‘정말 못 썼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내가 2년 동안 칭찬받으며 써왔던 그 모든 기사들이, ‘기본이 안 돼 있는 글’로 평가받자 세상이 180도 뒤집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심장을 쿡쿡 찌르는 혹평을 받아 적고, 되새겼다. ‘내가 이렇게 기사를 못 쓰는데, 어떻게 신문사를 이끌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신문을 닥치는 대로 읽고, 글쓰기 책도 사 읽고, 수습기자 시절 하던 필사도 다시 했다. 우물 안 개구리는 그제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글쓰기 실력이 늘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혹평은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했던 공부는 임기 내내 도움이 되었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일이 있었다. 신문에도, 학내에도, 나라에도 모두. 그만큼 신문사에서도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다. 그 와중에 가독성 좋은 신문, 많은 사람이 읽는 신문, 내용이 알찬 신문 등 모든 기대에 충족하고 싶었던 나는 편집주만 되면 하루 3시간 밖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일하고도 ‘조금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매번 발목을 붙잡았다.

아침 7시에 학교에 와 11시에 집으로 돌아갔던, 고3 때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던 편집국장으로서의 나날이 이제 막을 내린다. 신문사에 있었던 3년이란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너무 좋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켜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차선이었던 그때의 선택은 이제 바뀌었다. 편집국장으로 있었던 1년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모두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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