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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과 과학 사이의 경계, 연금술
  • 유희진 기자
  • 승인 2016.11.21 08:00
  •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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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22MOO

모두가 열광하는 ‘마블’ 영화에는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지난 10월 또 한편의 마블 영화가 개봉하며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을 알렸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 닥터 스트레인지가 교통사고로 두 손을 다치게 되며 치료방법을 찾던 중에 흑마술을 전수받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흑마술을 터득한 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능력을 소유하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은 기본이고 소환술, 인물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 등을 얻게 된다. 이처럼 마법은 화제가 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불리며 영화나 만화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일종의 눈속임인 마술과는 다르게 우리는 마법을 소설에서만 등장하는 것으로 여겼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닥터 스트레인지는 본래 의사로써 과학에 힘을 절대적으로 믿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마법사가 되며 과학과 마법이라는 반대되는 속성 사이에 선 영웅이 된다. 이처럼 우리 역사 중에도 주술과 과학의 사이의 경계의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다. 주술적 성격을 띤 일종의 자연학으로 비금속을 인공적 수단으로 귀금속으로 전환하는 것, ‘연금술’이 오늘 소개할 주제다.

 

연금술의 역사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금이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영원한 생명도 제공해 준다고 믿었다. 중세기에 전 유럽에서 특히 성행한 원시적 화학기술인 연금술의 목적은 비금속을 귀금속으로 바꾸는 것과 불로장수약 또는 만능약을 창제하는 데 있었다.

연금술은 약 4천 년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세 대륙에서 여러 가지 철학적 전통을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밀과 상징 언어를 사용한 전통 때문에 이들 간의 상호 영향과 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최소 세 개의 주요 가닥을 구별할 수 있는데, 이들은 적어도 초기 단계에는 독립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그 문화권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연금술, 인도 대륙을 중심으로 인도 연금술, 지중해 주위에서 발생했으며 그 중심이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 이슬람 세계로, 다시 중세 유럽으로 수천 년에 걸쳐 이동한 서양 연금술이 그것이다.

 

서양 연금술

기원은 확실치 않으나 3~4세기경에 이집트에서 일어나 시리아를 경유하여 6세기경에 아라비아로 전해져 아라비아 사람이 에스파냐를 정복한 11세기경 유럽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연금술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사실 연금술의 뿌리는 고대 이집트, 중국, 인도, 메소포타미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특히 가장 잘 알려진 연금술의 시초는 고대 이집트의 현자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로, 그 이름은 ‘세 번 위대한 헤르메스’, 즉 ‘매우 위대한 헤르메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는 연금술에 대해 깊은 조예를 가진 사람이었고, 이러한 이집트의 연금술은 그리스에 영향을 줬다. 그리스인들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등지의 문물을 받아들여 연금술을 발달시켰다.

연금술이 헬레니즘의 이집트에서 싹튼 것은 금·은의 형상을 가열·증류·승화 등의 수단에 의하여 추출하고 이것을 비금속의 질료에 부여하여 형상 전화를 실현하려는 이집트의 전통적인 금속 가공기술에 결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집트·바빌로니아·메소포타미아 등 중동지역의 신비주의 관념과, 기술을 주술로서 파악하는 관념이 그리스 철학과 유착하고, 여기에 덧붙여 천체와 금속을 관련짓는 점성술 사상도 포섭돼 연금술은 그 발단부터 복잡한 내용을 갖추게 된다.

이렇게 고대 그리스에서 발달한 연금술이 중세 유럽에서는 암흑기를 맞이한다. 교육과 문화는 중세 시대 유럽에서 무시당했고, 연금술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이 이렇게 문화적 암흑기를 거치고 있는 동안에, 로마 제국의 쇠퇴에 편승하여 페르시아와 시리아, 이집트와 북아프리카를 단기간에 점령한 이슬람은 그리스와 이집트의 과학과 지식을 훨씬 잘 계승하고 있었다.

사진출처/북드라망


서양에 연금술이 다시 부활한 것은 11~12세기, 유럽이 이슬람 세계를 침입한 십자군 원정을 통해서였다. 십자군 원정을 통해 이슬람의 문물이 서유럽으로 폭넓게 유입됐고, 거기에 연금술도 포함돼 있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다시 연금술이 발전하게 되고 이 때 이슬람 문화가 유럽으로 많이 전파돼, 연금술이나 연금술의 열쇠가 되는 현자의 돌이 아랍어로부터 유래된다. 현자의 돌은 철학자의 돌(Philosopher's stone) 또는 마법사의 돌(Sorcerer's Stone)으로도 불리우며, 연금술을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열쇠가 되는 물질이라고 알려졌다. 따라서 중세 유럽의 연금술에서는 현자의 돌을 얻는 것이 연금술의 최고의 가치로 여겨졌다.

근대인 19세기로 와서 연금술은 쇠퇴의 길을 걷는다. 근대 유럽에서는 과학이 태동해 베일이 덮인 수많은 자연 현상들의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특히 라부아지에를 필두로 화학이 발달하면서 연금술은 힘을 잃게 된다. 처음 화학자들은 연금술을 기반으로 삼고 화학을 연구했고 화학을 통해 연금술을 설명하려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연금술의 신비적인 요소는 점차 사라져 갔다. 결정적으로 돌턴의 원자설의 등장하면서,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개념이 널리 확산됐고 연금술은 점차 막을 내리게 됐다.

 

동양 연금술

과거 고대 중국이나 인도에서도 연금술이 이루어졌다. 그리스와 거의 같은 무렵 중국에서는 도교에서 나와 복용에 의하여 사람이 장수하고 신선으로 화할 수 있는 ‘단’, 즉 금의 제출

사진출처/북드라망

을 추구하는 주술과 사상인 중국연금술이 등장한다.

그러나 서양과 달리 동양의 연금술사들은 값이 싼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것보다 불로장생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금이 열을 가하거나 땅에 묻어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금을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 주는 신비의 약으로 여겼다.

중국연금술은 신선관을 제외하면 물질관에 있어서는 서양연금술과 기본적으로 공통되는 점이 있고, 음양이원설에 서서 ‘금’을 양, ‘수은’을 음이라고 하여 수은을 연단에 불가결한 물질이라고 했다.

 

연금술의 원리

부유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맞아떨어져 연금술은 많은 탄압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연금술은 근대 과학이 발달하기 전의 과학과 철학적 움직임이었으며, 흔히 값이 싼 금속에서 금 등의 귀금속을 정련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연금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이론적 바탕을 두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물이 물, 불, 공기, 흙의 4가지 원소로 구성됐고, 각각의 원소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4원소가 가진 두 가지 성질 가운데 하나만 바꿔 주면 다른 원소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즉, 원소가 가진 성질을 바꾸면 다른 원소로 바꿀 수 있고,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의 비율을 바꾸면 다른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본 바탕인 것이다.

고대 연금술사들이 사용하던 기호사진출처/에듀넷


연금술사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들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결합시키면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연계의 모든 것들이 완전함을 향해 변해 가고 금이 모든 물질 중에서 가장 완벽한 물질이라고 여겼다. 철이나 납 등의 완전하지 못한 금속이 땅 속에 오래 묻혀 있으면 금으로 변하는데, 이것도 완벽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믿었다. 또한 자신들이 고안한 특별한 방법을 이용하여 이러한 변화 과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금술의 의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연금술은 매우 비과학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에게 연금술의 영향력은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컸다. 그래서 많은 폐해에도 불구하고 고대로부터 약 2,000여 년 동안이나 유행할 수 있었다. 18세기에 들어와 연금술은 차츰 사라졌지만 근대 화학이 발달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연금술사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금을 만들어 내려는 과정에서 축적된 화학에 관한 많은 지식과 기술은 화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황산·왕수·인·질산 등과 같은 물질이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도가니·플라스크·증류기 등 지금도 사용하는 많은 화학 기구들이 만들어졌다.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나자, 특정 원소들에게 특정 에너지의 방사선을 투사시키면 원자의 핵이 변형되면서 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공률이 매우 낮은데다가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 실제로 이 방법으로 금을 만들지는 않는다. 또 원소들 중 이 방법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 백금이다. 그러나 백금이 금보다 오히려 더 비싸기 때문에 이 역시 실행된 적이 없다. 이처럼 금을 만드는 것은 비경제적이지만 값싼 금속을 이용해 주기율표에서 인접한 산업적으로 사용되는 비싼 금속을 합성하는 귀금속 합성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지며 연금술의 가지는 의미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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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현자의 돌#4원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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