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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그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 전수림/인문대·행정학과 16
  • 승인 2016.11.21 08:00
  •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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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다. 여파는 빠르게 퍼졌다.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이동함에 따라 주가는 폭락했고,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이 증오범죄를 경험했다는 내용의 SNS가 매일 같이 게시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미 연방과의 분리를 주장하는 시위도 있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우리가 몰랐던 나라>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 나라가 인종적 편견과 여성혐오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할 순 없지만 훨씬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됐다고 여겼는데, 선거 결과는 ‘우리’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참담한 심경을 털어 놓았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했던 후보자가 가장 진보적인 국가 중 한 곳이었던 미국의 수장이 된 것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었다.

기이한 것은 국내 언론의 태도이다. 트럼프는 제 1세계의 재벌 백인 중년 남성이다. 단 한 번도 비주류였던 적이 없다. 그런데도 각종 매체에서 묘사되는 트럼프는 ‘아웃사이더’로 정의된다. 그가 정치판에 등장한 시기가 힐러리 클린턴보다 늦었다는 사실과 그의 원색적인 선거 유세는 그에게 ‘비주류’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것은 소외되고 있는 실제 사회의 비주류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트럼프의 당선을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 ‘민초들의 반란’ 등으로 표현한 정치인들의 해석 역시 문제적이다. 두 후보자의 선거 캠프를 찍은 뉴욕 타임즈의 사진에서 유색인종과 백인, 여성과 남성이 고루 섞여 있었던 클린턴의 캠프와 백인 남성들로 가득한 트럼프의 캠프는 대조적이었다. 인종과 연령, 성별에 따른 선거 결과 분석 역시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드러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민초들이 아니다. 오바마 케어 폐지와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공약은 기득권층을 공격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자극한 것은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분노’이며 ‘기득권층의 분노’이다.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우리나라에서도 트럼프의 당선에 이토록 절망하게 되는 것은 이 사건이 우리가 배워왔던 여러 가치가 짓밟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노예제가 시행되고 여성혐오가 당연했던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드러났다. 설령 트럼프가 자신의 말을 철회한다 해도, 그의 지지자들이 그의 차별적 발언에 동조했거나, 최소한 그것을 방관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혐오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초의 라틴계와 시리아계 여성 하원의원이 당선됐으며 11월 12일에 시행된 민중총궐기에서는 장애인과 여성, 청소년 혐오를 막기 위한 안내 지침이 발표되었다. 사회는 느리게, 하지만 꾸준히 바뀌고 있다. 그러니 옳음을 지향하는 것을 멈춰선 안 된다. 언젠가 나아질 세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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