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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내음 가득한 이야기, <아가미>문화탐방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6.11.21 08:00
  •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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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의 글은 한 줄, 한 줄 곱씹을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곤 한다.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표현력이 유려해 마치 문단 사이사이에 기름칠을 한 것만 같다. 이러한 그의 표현력은 특히 판타지 소설에서 빛을 발한다. 여러 소설 중에서도 가장 그 내음이 짙은 소설을 하나 추천해본다.

아가미. 수중생활을 하는 동물의 흔한 호흡기관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류에서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아가미를 가진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소설은 한 가장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남자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다섯 살 어린 아들과 겨우 연명하며 살던 집마저 잃자 자살을 결심하고 이내호로 간다. 그렇게 아들과 함께 호수에 몸을 던지는 찰나, 한 노인이 요란한 물소리를 듣고 이내호로 찾아간다. 하지만 노인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람의 흔적도 없이 적막만이 감돌았다. 노인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첨벙거리는 소리가 노인의 발걸음을 잡는다. 이것이 노인과 곤의 첫 만남이었다.

그런데 노인이 집으로 데려온 곤은 어쩐지 보통사람과 좀 달랐다. 목 뒤에 아가미가 있고, 등은 언뜻언뜻 에메랄드빛으로 반짝거린다. 그렇다. 곤은 죽음의 끝에서 살아남고자 아가미가 생겨버린 것이다. 그렇게 남들과 조금 다른 모습의 곤은 노인과 노인의 손자인 강하와 셋이서 타인의 눈을 피해 숨어서 살기 시작한다. 아가미 덕분에 살아났지만, 아가미 때문에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 그렇게 작은 집과 노인, 그리고 강하는 곤의 전부가 된다. 강하에게 늘 ‘고기 새끼’라 불려도, 마음대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해도 곤은 나름대로 행복했다. 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세 사람은 삶에 큰 변화가 일게 된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곤이 직접 이야기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항상 타인이 그를 바라보고 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그래서 곤이 더 쓸쓸하고 신비로워 보인다. 그렇게 관찰되는 곤의 호흡을 따라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잔잔하던 곤의 감정에 격렬한 파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순간 내 마음의 호수에도 큰 돌 하나가 던져진다. 곤의 사고방식도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가 생각하는 미움이라는 감정, 그리고 시간이 주는 의미.

곤의 남은 인생이 뜨거운 물에 뿌려진 한 줌의 설탕일지, 흙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야기의 말미에 곤의 감정 표현이 자취를 감추며 갑자기 서술방식이 바뀌는 것은 독자에게 생각의 길을 열어주기 위함일지 모른다. 그렇게 이야기의 말미에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새겨본다. 곤은 지금쯤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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