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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지만 소중했다
  • 유세영/인문대·철 13
  • 승인 2016.11.07 08:00
  • 호수 609
  • 댓글 2

고등학생 시절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가 있다. 버스를 타고 다소 척박한 도로를 달릴 때, 힘겨웠던 하루를 끝내고 그 고요한 거리 위로 푹 내려앉은 밤공기와 함께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날, 그리고 가끔 적적한 이 내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도 나는 언제나 ‘그 노래’를 들었다. 그것은 보물이었고, 마치 영원히 변하지 않을 소중한 친구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어느덧 그 노래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아마도 지나치게 바쁘고, 또 복잡했던 내 삶의 순간순간 때문이었겠지. 이제 ‘그 노래’는 내 삶의 보물도, 소중한 친구도 아닌, 마음 속 한편에 먼지만 소복이 쌓여가는 오래된 앨범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거리를 돌다 우연히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그 노래’와 마주쳤다. 그리고 기억 속에 파묻혀 차마 꺼내지 못했던 이 노래는 다시 내 마음에 달콤하게 다가왔다. ‘너는 참 아름다운 곡조를 가졌는데!’

나는 그 곡을 잊었다. 아마 이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기억할 수 없었겠지. 그렇지만 노래는 고등학생 시절의 그날처럼 여전한 감동을 줬다. 그때의 순간순간 느꼈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소중함이 내 마음속에 오롯이 되살아나 다시금 친구가 됐다. 그래, 비록 잊혔지만 그가 지녔던 가치는 불변했다. 여전히 아름다웠고, 또 소중했다.

문득 내게서 잊힌 많은 것을 머릿속에 되새겨 본다. 누군가 줬던 가방 속의 사탕과 군 복무 시절 처음 받았던 가족의 편지. 먼 옛날 내 모습을 담은 사진, 그리고 한때는 죽고 못 살 것 같았던 소중한 친구까지. 마음속에 고스란히 정렬된 그네들의 모습을 보자니 괜히 코끝이 찡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들을 잊고 살았던 것인가!

때로는 내가 너무 멀리 그리고 정신없이 앞을 바라본 채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박한 삶 속에서 한때는 소중했었던 존재들을 완전히 망각한 채 그저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했다는 생각이. 그래, 가끔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잊혀진 것들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록 희미해 졌지만, 그들의 존재는 여전히 소중한 가치를 머금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마치 오래전 흐릿해진 나의 ‘그 노래’처럼.

오늘은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아주 잊혔지만, 비로소 기억해낸 친구에게. 아마도 너의 존재는 우리의 그때 그 시절처럼 여전히 소중하고 또 아름다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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