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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페미니즘우리사회의 큰 이슈가 된 페미니즘, 그 역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현상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 신혜린 기자
  • 승인 2016.11.07 08:00
  • 호수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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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이와 관련된 이야깃거리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먼저 IS에 가담하겠다며 우리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김모 군이 있다. 18살 김 모군은 트위터에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가 좋다(i hate feminist, So I like the isis)”라는 말을 남기고 IS로 떠났다. 지난해 5월에는 강남역살인사건이 있었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던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던 30대 남성에게 흉기로 수차례 찔려 사망한 이 끔찍한 사건은 젊은 여성들을 분노시켰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수천 장의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으며 추모 여성들은 단지 자신들은 살아남았음을 강조했다. 일련의 사건들을 기폭제로 우리사회는 페미니즘을 외치는 이들과 이를 손가락질 하는 이들의 싸움과 논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무엇인가. 수많은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 우리대학 국제관계 문경희 교수와 함께 알아보았다.

출처/(왼쪽 위부터)박환희, 와일드블랭크 프로젝트, 쓰리썸 크루, (왼쪽 아래부터)서울대 시각디자인, 나기X노바디

페미니즘이 뭔가요

페미니즘은 여성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femina’에서 유래해 여성도 인간으로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신념이나 주장을 뜻한다. 이는 정치학에서는 여성주의, 우리사회에서는 남녀평등사상, 여성해방론과도 일맥상통한다. 페미니즘의 주요 대상이 여성인 만큼 이 단어 역시 여성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다. 하지만 실제로 페미니즘은 1830년대 프랑스 공상적 사회주의 남성 사상가 샤를 푸리에가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페미니즘은 영국과 미국에서 참정권을 얻기 위해 투쟁하던 여성운동가들에게도 전파됐다.

페미니즘이 국내에서 이슈를 끌며 생긴 오해 중 하나는 페미니스트들은 모두 혁명적이라는 것이다. 특정 인터넷 사이트들에서 나타난 미러링 방법은 극단적인 표현이라며 비난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모두 혁명가는 아니며, 페미니즘 아래에는 여러 가지 방향성이 존재한다. 이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페미니즘의 발전사에 대해 살펴보자.페미니즘의 기초가 된 여성운동은 크게 세 가지 물결로 구분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에서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진행된 제1의 물결, 68혁명으로 불리는 시대를 기점으로 진행된 제2의 물결, 마지막 제3의 물결은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일컫는 시기를 말한다.

그 단어의 기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페미니즘의 시작은 주로 유럽과 미국, 서구로부터 시작됐다. 제1의 물결이 시작되기 전 18세기 유럽에서는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있었으나 여성의 인권과 권리에 대해서는 논외로 생각했다. 철학자로 잘 알려진 장 자크 루소 역시 ‘열등한 이성을 지닌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이 곧 자연법’이라며 여성을 보통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거리로 나섰던 제1의 물결을 지나 제2의 물결은 제도와 함께 개인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에서 출발한 이 운동은 참정권 획득이라는 제도의 개선이 있었음에도 왜 여전히 여성들은 노동시장 등의 현실에서 억압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 주목했다. 그 결과 가부장제 해체를 주장하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나타났고 이후 여성학을 비롯해 성 억압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이 등장했다. 제3의 물결은 이전과 달리 더 넓은 범주를 가진다. 백인, 서구 중심적 논리에서 탈피해 흑인, 유색인종들이 겪는 또 다른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나아가 여성을 넘어서 엄격한 성 구분으로 차별받는 남성과 소수 인종, 동성애자 등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정책의 경우에는 198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크게 네 개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198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여성 복지와 여성 정책에 관심을 가지며 국무총리 산하 여성정책심의위원회와 한국여성개발원 등 정책 기구가 설립되며 여성 정책 추진의 시작을 알렸던 형식적 분화기가 있다. 이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후반까지 시기를 나타내는 형성기는 고용상 성차별 금지를 비롯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대량 도입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여성 정책의 범위와 남성까지로 대상을 확대했던 외연 확장기,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저출산 등의 위기 담론과 여성 정책에 대한 반격에 대응·협상하고 있는 타협기가 나타났다.

 

개인말고 구조, 너 나와!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젊은 여성층의 관심이 높아지며 이들 위주로 페미니즘의 뜻을 담고 있는 에코백과 물병, 티셔츠 등 물품들이 연달아 제작·판매되고 있다. 또한 이 열풍은 도서시장에서도 크게 작용했다. 출판 시장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사회과학 분야가 상승했는데 젊은 여성층이 관련 도서를 많이 구입한 것이 원인이었다.반면, 국내의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민폐를 붙여 ‘폐미니즘’, 전투적 페미니스트의 행태가 마치 나치 정권 같다며 만들어진 ‘페미나치’ 등 비하적인 단어들도 탄생했다.

왜 이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을까. 국제관계 문경희 교수는 특히 구조의 문제에 주목했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회 경향은 여혐과 남혐, 개인에 대한 혐오와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즘 여성운동의 시작이 구조적으로 여성의 참정권, 인권이라는 사회 구조문제의 개혁하기 위해 출발한 것처럼 페미니즘의 목적은 여성이 억압받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이지 남성과 여성, 개인끼리를 싸움 붙이려는 것이 아니다.

한 쪽에서는 남녀평등을 지나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항의하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교사의 비중이 전체의 80%이상을 차지하는 현상과 여학생들이 성적이 좋아 남학생들이 점수를 따기 어렵다고 하는 말들은 앞선 주장을 잘 드러낸다. 이는 여성의 지위가 올라갔기 때문에 남성의 지위가 내려간다고 생각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실제로 노동과 빈곤 등의 문제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비정규직화와 저임금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의 원인은 여성의 지위 향상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엠마 왓슨의 연설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성 평등을 위한 연대운동’을 슬로건으로 내건 유엔여성기구의 이 캠페인은 단지 여성만의 싸움이 아니며, 운동을 통해 남성 또한 고정된 성 역할의 억압에서 해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과 함께 하는 남성, ‘HeforShe’ 운동을 주도하며 그동안 방관자 또는 적대적 존재로 상정되어온 남성의 참여와 연대 필요성에 대해 촉구했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페미니즘의 기원이 여성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성만을 위한 운동과 개혁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여혐과 남혐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서로를 혐오하고 있지만 남성과 여성이 이분법적으로 나눠어 싸우는 것이 진정 페미니즘이 바라는 미래가 아닐 것이다. ‘HeforShe’ 운동이 보여주는 것처럼 모두 양성평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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