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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영화를 위하여우리나라의 영화 제작·유통·배급에 드리운 그림자에 대해 알아보자.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6.11.07 08:00
  • 호수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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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

우리가 가장 부담 없이 즐기는 문화생활이 바로 영화 관람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영화는 더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아니게 됐다.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상한 일이다. 친구 A도, 후배 B도 모두 같은 영화를 봤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그 영화가 인기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모두 그 영화밖에 볼 수 없었던 걸까?

멀티플렉스(Multiplex).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갖추고 있는 복합 상영관을 뜻하는 용어로, 기존 영화관과 비교하여 관객의 영화 선택폭을 넓힌 상영관이다. 최근 10년간 멀티플렉스의 급격한 확산 속에서 한국의 영화 산업은 대격변을 겪었다. 심심치 않게 쏟아지는 ‘천만 영화’는 어쩌면 한국영화를 멀티플렉스 문화가 장악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멀티플렉스가 복합 상영관이 아닌 독과점 상영관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진출처/영화수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한국 영화계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제작·배급·상영을 전부 극소수 대기업과 그 계열사가 수직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독과점하여 그 외의 영화들에 대해서는 차별적 지위를 부여하는 행태)로 인해서 다양한 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크게 제한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극장 점유율·스크린 수 비중·유료 관객 등 거의 모든 통계에서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이 대부분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3사인 CGV(40% 내외), 롯데시네마(30~35%), 메가박스(20% 내외)가 영화 관람과 관련된 각종 통계에서 점유율이 90~95% 정도 되기 때문에, 이 독과점 복합상영관 체인을 빼놓고는 한국의 영화산업에 대해 논할 수조차 없는 상태다.

영화 제작자들은 이미 제작 단계에서부터 독과점 재벌의 눈치를 보고, 우리는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 보여주는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영화라는 상품의 경험재적 특성상 영상 콘텐츠의 가치는 기획, 제작 단계가 아닌 최종 소비단계에서야 비로소 실현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화 산업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뒤따른다. 그 결과 영세한 독립제작사는 영화 제작에도 어려움을 겪고, 제작되고 나서는 배급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스크린 독과점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마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5개 이하의 메이저 영화사와 3개 마이너 영화사에 대한 극장소유를 포기하게 함으로써 독과점 체계를 없앤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결, 11개 극장에서 3개 이상의 영화관에서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의 스크린 공정 배분 등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점 방지를 위해 1976년부터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를 연간 73일 이상 의무 상영해야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독점은 한국영화 내에서 일어나고 있어 더 실질적인 법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영화계를 뒤흔드는 검은 손

 

자유가 보장돼야 할 문화 산업에도 알게 모르게 정부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영화단체연대회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정부와 빚었던 갈등은 2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세월호 사건 당시 다이빙벨 투입 논란 전말을 재구성해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문점을 짚어보는 내용을 담은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내렸다. 앞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도 영화제에 ‘다이빙벨’ 상영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은 예정대로 상영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회를 이어오는 동안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며 견해를 밝혔다. 이후 부산시는 영화제 감사를 시작으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지속해서 사퇴를 종용하는 등 외압을 가했다. 지난 10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영화인들로 구성된 각 단체는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 결과 영화제의 관람객 수는 16만 5,149명으로 지난해 22만 7,377명보다 27.4%(6만 2,228명)나 급감했다.

지난 10월 10일(월)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문화계에 대한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명확해지는 증거가 공개됐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문화예술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며 일명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 역시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다고 덧붙이면서 블랙리스트에는 ‘2012년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예술인’,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를 선언한 예술인’, ‘세월호 시국선언 및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를 선언한 예술인’ 총 9,437명의 명단이 적혀있다고 밝혔다.

도종환 의원은 이 명단은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보냈으며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명단에 있는 예술인들을 지원금 심사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서의 존재를 부인했지만, 세간의 의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이라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매우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다. 현재까지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예술인을 포함한 문화계 인사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상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객이라는 이름의 악동

무임승차. 통상적으로는 차비를 내지 않고 차를 타는 일을 뜻하며, 영화계에서는 영화 관람료를 지급하지 않고 불법적인 경로로 영화를 보는 행위를 뜻한다. 미디어 콘텐츠의 특성상 영화는 계속 이용한다고 해도 소모되지 않으며, 복제가 쉽다. 영화는 상영 중에는 영화관에서, 막이 내린 후에는 VOD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데, 무작위로 복제해 배포하는 이들이 2차 시장은 물론, 1차 시장까지도 훼손한다. 영화의 막이 내리기도 전에 불법 복제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페이스북 등에서 유출된 영화는 ‘A 영화, 벌써 떴다!’라는 짤막한 한 줄과 함께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밑 빠진 독으로 줄줄 새고 만다.

이에 이미 영화 관람료를 지급한 사람은 다소 억울함을 느낄 것이며, 아직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굳이 돈을 내고 봐야하나?”하는 안일한 생각마저 들 것이다. 불법 유출을 단속하려고 해도 온라인상에서는 한 번 유출되면 그 확산 범위가 넓고 빠른 속도로 퍼져 단속도 쉽지 않다. 그 결과 영화 제작자와 배우 등 수많은 관계자는 큰 손해를 입게 되고 만다.

지난 7월에는 영화 ‘부산행’이 스포일러로 홍역을 앓았다. 한국형 좀비 영화로 알려진 ‘부산행’은 부산행 KTX에 올라탄 승객들의 사투를 다룬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 개봉과 동시에 온갖 스포일러가 난무했다. “A는 죽고, B는 삽니다”부터 시작해서 “C의 정체는 ㅇㅇ예요!”까지 각종 스포일러에 피해 사례가 넘쳐났다. 스포일러는 비단 영화계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 등 TV 프로그램에서도 발생한다. 민법 제751조에 의하면 작품의 내용을 미리 유포해 예비 관객의 재미를 빼앗는 경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지만, 스포일러 게시자를 찾는 것도,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도 모호해 아직까지 스포일러 때문에 제기된 소송은 없다.

무임승차도, 스포일러도 결국 그 피해는 영화 관계자뿐만 아니라 관객에게까지 고스란히 간다. 문화는 모두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바람직한 영화문화를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 영화로운 영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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