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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표현의 자유보다 더 우선시돼야 할 것
  • 유희진 기자
  • 승인 2016.10.24 08:00
  • 호수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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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2013년,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이후 큰 논란을 불러오게 된다. 책에서는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위안부 모집은 강제적인 납치나 유괴가 아니라, 조선인 업자를 통해서 적법하게 이뤄졌고 강제적으로 징집된 이들은 소수에 그친다’라고 주장하며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일본군의 모습과 달리 그들에게도 매우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고, 위안부는 단순히 성적인 욕구 해소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군인들을 지탱하는 서포터의 역할을 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존의 위안부와는 다른 시선을 제기한다.

2014년 11월 18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박 교수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다. 책의 내용 중 위안부를 ‘강간적 매춘 혹은 매춘적 강간’으로 표현하고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관계가 기본적으로는 동지적 관계’라고 서술한 부분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박 교수 측은 연구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주장했다. 현재까지도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명예훼손 문제는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은 몇 명 지식인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들은 그동안 고정적이고 단순했던 위안부 시각에서 벗어나 위안부 문제를 다면적으로 보고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학문적인 평가에 앞서 책의 표현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매춘적 강간’, ‘동지적 관계’ 등 책에 언급된 표현들은 아마 저자의 판단 하에 숙고를 거듭해 쓴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 표현이 피해자의 명예권과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권리로 특히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안부’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는 피해자의 고통이 너무나 분명하기에 저자는 이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한다. 박 교수의 의견 또한 사람이기에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생존해 있고 직접 피해를 입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이 책은 분명 가혹한 것이다. 12·28 합의와 10억 엔 출연금을 포함해 위안부로 떠들썩한 현재, 피해자들의 아픔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작가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하며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야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표현의 자유보다 중요한 것이 아픔을 겪은 피해 당사자의 대한 배려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박 교수는 여러 가지 사료들과 문서를 통해 사실에 입각해서 쓴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의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바로 현재 살아계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경험과 기억이다. 이를 무시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이라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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