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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긴 옛 하늘
  • 신혜린 기자
  • 승인 2016.10.10 08:00
  • 호수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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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별은 옛날부터 아주 중요하게 여겨졌다. 영단어 곳곳에 별을 뜻하는 단어들이 포함된 것은 물론, 서양에서는 별똥별 두 개가 교차하며 떨어지는 것을 연인이 함께 보면 그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미신도 생겨났다. 이 미신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등장하는데 그 프롤로그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A pair of star-cross`d lovers’, 별이 엇갈려버려서 비극적인 연인으로 지칭된다.

그렇다면 동양,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는 별과 함께하고 있다. 지갑에 고이 넣어져 있는 만 원권의 뒤편에는 혼천의, 천문대와 함께 별자리가 빼곡히 수놓아져 있는데 이것만 봐도 들어도 하늘과 관련됐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새겨진 별자리는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그려진 것으로 일반적인 별자리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천상열차분야지도란 무엇일까.

천상열차분야지도란 하늘의 모습 ‘천상’을 ‘차’와 ‘분야’에 따라 벌려놓은 ‘그림’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차’란 목성의 운행을 기준으로 설정한 적도대의 열두 구역을, ‘분야’란 하늘의 별자리 구역을 열둘로 나눠 지상의 해당 지역과 대응시킨 것을 의미한다. 지도는 무려 가로 1m, 세로 2m 크기의 비석에 새겨져 있는데 이는 1687년 제작된 것으로 이제껏 발견된 천문도 중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자 세계적인 보물 천상열차분야지도, 하지만 그 위용은 1960년대 말이 돼서야 알려졌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진 비석은 창경궁 명정전에서 발견됐는데 당시 창경궁은 일제에 의해 창경원으로 격하돼 유원지로 이용되고 있었다. 나들이 장소로 이곳을 드나들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방문객들은 이를 그저 들판에 뉘어져 있던 거대한 돌로만 보았을 뿐 아무도 국보급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벤치처럼 앉으며 마모가 많이 되다 보니 그 안에 새겨진 별자리들 역시 알아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결국 옛 하늘의 별을 담고 있던 거대한 비석은 발에 채이고 굴려져 무수한 홈이 파이게 됐다.

우리는 그리스로마신화 등에서 접한 서양식 별자리가 훨씬 더 익숙하다. 반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천문학 기술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양식 문물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이를 토대로 한 발전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비석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되찾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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