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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다
  • 길지선/예술대·산업디자인 13
  • 승인 2016.10.10 08:00
  • 호수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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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그 힘은 가부장적사회(가부장제)라고 불린다. 힘은 남성과 여성을 나눌 것 없이 모두에게 적용된다. 가부장적사회에서 남성은 특권을 갖는다. 그것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으나 선천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성 정체성에 구분 없이 남성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가 특권이다. 특권에 중독된 남성도 다를 것 없다.

고대 그리스에서 남성만 시민권을 가지고 남성만 군인이 될 수 있었던 적이 있다. 이는 즉 남성만 사람이고 시민이라는 것이다. 그럼 대우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현대에는 여성도 참정권을 갖게 됐다. 그러나 역사는 길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행해야 할 국방의 의무에서 여전히 여성은 배제된다. 여성이 군대에 가지 못한다는 것은 여성이 아직도 온전히 국가의 시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함을 보여 준다. 남성은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며 현재 남성만 군대를 가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말한다. 최소한의 훈련이라도 받게 하라고 말한다(‘최소한’의 훈련도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여기지 않고 ‘약자’로 보는 인식이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여성에게 주지 않는 것은 남성이라는 모순이 있다. 정확히는 가부장제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누구도 이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은 남성에게 선천적인 특권을 부여하나, 동시에 짐을 지운다. 그리고 남성은 우리만 하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발언의 청자는 사회나 정부가 아니라 여성이다. 여성은 가부장제를 바라지 않았음에도 그렇다. 앞서 말한 모순의 연장으로 남성도 마찬가지로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떻게? 남자도 차별 받는다고.

하지만 부당함을 호소하면서 정작 사회에 남은 가부장제의 흔적들을 굳이 없애려 하지 않는다. 성차별을 논하면서 성차별주의자의 길을 계속 걸어간다. 가부장적인 것이 변하지 않았는데 여자라고 자유로울까. 전혀 아니다. 여성이 남성도 어느 정도 차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를까. 하지만 어머니 세대로부터,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로부터, 모든 이전의 세대로부터 내려져온 것이 유전자에도 남아있지 않나 생각이 될 정도로 차별, 억압을 받은 게 여성 아닌가. 인류 역사 이래로 어떤 인종과 종교에 따른 차별, 억압도 여성에게 가해진 것만큼은 못하지 않은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렇게 꼴 보기 싫은가?

이런 글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묻고 싶은 말은, 당신은 사람이 동등하고 공정하게 대우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냐는 것이다(평등한 대우는 오히려 차별이다. 사람에게는 성에 따른 다름도 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도 있다). 그렇게 억울하고, 보기 싫고, 듣기 싫고, 부당하며 논리와 이치에 어긋난다고 생각된다면 오히려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허구한 날 가부장제의 마리오네트가 돼서 여성과 싸우기 보다는 페미니스트가 되어, 가부장제라는 알을 깨라고 말하고 싶다. 페미니즘은 남성을 위한, 아니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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