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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대학가에 미치는 영향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6.10.10 08:01
  • 호수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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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 부정청탁금지법이 발효되다

삽화출처/문화일보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 법)’이 처음으로 시행됐다.

그간 우리 사회가 학연·혈연·지연 및 온정주의로 인한 청탁이 만연해 부정부패로 얼룩졌다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전해지는 뉴스 소식만으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서 조사한 부패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부패인식 수준에서 “우리사회는 부패하다”는 답변이 62.8%에 달했다. 어느덧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표현은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됐다. 이번 청탁금지법은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선의의 공직자등을 보호하는 것이 주안점이다.

법안의 취지는 좋으나 그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다보니 법안이 시행된 첫날,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1호 신고는 한 대학교수가 학생으로부터 캔커피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권익위는 신고내용에 대해 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수업을 듣는 학생이 성적이 확정되기 전까지 교수에게 어떤 선물도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대학가도 큰 변화 예상돼

법 적용 대상자들이 굉장히 많고, 법률이 아직은 구체적이지 못해 해석의 여지가 넓어 사회 전반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외식보다는 구내식당을 이용하며, 점심시간에 방문한 민원인을 위해 ‘청렴식권’을 준비한 공공기관도 있다. 정확한 법리적 해석 기준은 위반자 발생 후 판례가 어느정도 쌓여야 세울 수 있을것이라는 것이 여론이다.

법이 시행되고 나서 대학가에도 큰 변화가 일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도 기업의 연구비 지원이라던가, 산학 협력 과제 등의 이유로 잦은 모임들을 가져왔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의 일간지 인터뷰에 따르면 “산학 협력을 활성화 하려면 연구개발 담당자들과 끊임없이 만나 연구 주제를 논하고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며 “이제 세미나, 워크숍 등에서 대학도 식사비, 숙박비 등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자칫 이런 산학 협력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기존에 활발한 산학 협력 활동을 신입생 유치에 적극 활용했던 대학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대학의 축제와 같은 대규모 행사 관련 입찰을 위해 선뜻 기부금을 내놓던 기업들 역시 당분간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교육부와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교육정책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와 접촉이 필요할 때 부정청탁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어 꺼려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간 외부 강연을 활발히 진행해 오던 교수들 중 일부는 외부 강연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김영란법 제10조(외부 강의 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에는 인해 국립대 교수를 포함한 공직자 등은 외부강의 등의 대가로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을 받아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있다. 특히 국립대 평교수의 경우 공무원이기 때문에 20~50만 원의 강연료를 받게 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부모대상 자녀교육으로 유명한 서울대의 한 교수는 최근 대전과 천안, 인천 등에서 ‘부모교육 관련 세미나’에서 강연을 요청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강연을 가려면 차비와 시간이 만만찮게 들고 강연준비에 드는 노력도 적지 않은데 김영란법에서 제한한 20만 원대 강연료를 받고 하기엔 힘들다”고 전했다.

또한 한 국립대 교수는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강연료의 문제가 아니”라며 “양벌주의 조항으로 대학이 교수의 외부활동을 속속들이 알게 될 텐데 악용하는 경우가 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 대한 문제제기나 시국과 관련된 소신발언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취업계 없는 우리대학

취업을 앞둔 학생들은 그동안 관례로 행해지던 ‘취업계’가 법에 저촉된다는 권익위의 해석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다행히 교육부가 나서 학칙을 개정하면 조기취업자 출석 인정이 가능하다고 발표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문제는 취업계 관련 학교 자체 규정이 없는데 당장 이번학기에 취업하게된 학생들이다.

우리대학 학칙 제 58조(학점의 인정, 삭제 및 취소) 1항에 따르면 ‘수업시수의 4분의 3 이상을 출석하고, 대학의 경우에는 D0이상, 대학원의 경우에는 C0이상의 성적을 받은 교과목의 학점을 이수학점으로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수업에 4분의 3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그 과목은 F를 받게 된다. 조기취업자의 경우 부득이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데, 이때를 대비한 학칙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이번 김영란 법 이후 문제가 되고 있다.

조기취업자들을 위한 취업계 관련 규정이 없어 그동안은 해당 수업의 교수 재량으로 출석과 시험을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서 밝혔던 권익위의 해석에 따르면 성적 확정 전에 교수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위법행위가 될 수도 있다. 당장 이번학기의 경우, 조기 취업한 학생들의 수업은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삽화 장두민 전문기자

현재 경영대 재학 중인 조기취업자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는 지난 7월 입사한 조기취업자이다. A씨는 학과사무실로부터 ‘조기취업으로 인해 주간수업에 출석할 수 없어 취업계를 제출한 학생은 연락바랍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다만 A씨의 경우에는 외근직으로 취업했기에 신청했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3시 이후의 오후 수업의 경우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나와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또, 월요일 오전 수업의 경우 출석을 봐줄 수 없다는 교수의 말에 회사에 출근해 얼굴도장만 찍고 9시까지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A씨는 학생입장에서 조기취업자 관련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각 수업 교수님마다 한 분 한 분 찾아봬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고 밝혔다. 또 회사 차원에서도 취업계를 쓰지 못하는 학생들을 채용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 전했다.

이어 ‘학교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늘 취업을 잘 하라는 식으로 격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대학은 이번 김영란법을 기점으로 조기취업자 관련 학칙을 만들 예정이다. 학생들과 교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학칙을 제정해 다음 학기에는 논란 없이 취업계가 실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학과 김명용 교수가 알려주는 부정청탁금지법

 

법학과 김명용 교수

부정청탁금지법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이는 이때, 대학이라는 집단에 속해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법학과 김명용 교수를 만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 교수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은 헌법 기관, 중앙행정기관, 등 모든 공공 기관 및 사립학교를 포함한 각급 학교, 학교법인, 언론사들이 있다. 또 이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부정청탁을 한 일반국민들까지 굉장히 넓고 포괄적이다. 우리대학 역시 적용대상이기 때문에 법에 대해 잘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법 시행 이후 우리대학에는 어떤 변화가?

김 교수 학생들의 성적 처리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성적 확인 기간에 일부 학생들이 예상 보다 낮은 성적을 받았을 경우 재수강을 위해 교수에게 성적을 낮춰달라거나, 혹은 성적을 올려달라는 문의가 종종있다. 이러한 문의는 부정청탁의 금지행위 중 ‘학교입학·성적 등 처리조작’에 해당한다. 또 대학원의 경우 그동안 관례적으로 논문 심사가 끝나고 나면 교수들과 식사자리를 가져왔는데 이 또한 바뀔 것이다. 식사자리를 갖더라도 논문 심사가 완전히 확정 된 후 1인당 3만원 이하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국립대 교수의 외부 강의료도 상한선이 매겨졌다. 총장의 경우 50만 원, 정교수와 부교수는 각각 40, 30만 원 까지만 받을 수 있다.

논란이 됐던 조기취업자의 취업계의 경우 아직 교육부에서 공문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생각은?

김 교수 법안의 규율대상이 너무 포괄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넓어 ‘캔커피 신고’ 해프닝과 같이 청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도 다들 조심하다보니 사제간의 관계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수와의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고 이로인해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청탁금지법은 한국사회의 부적절한 관행들을 근절할 아주 획기적인 법이다. 아직까지는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들을 잘 다듬고, 고쳐서 정착한다면 훨씬 청렴하고 살만한 우리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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