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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어제와 오늘한글 창제의 진실과 오늘날 한글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6.10.10 08:00
  • 호수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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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문자 멸종의 시대

표음문자. 사람의 말하는 소리를 그대로 기호로 나타내는 글자로, 글자 하나가 어떠한 음의 단위를 대표한다. 글자 하나가 형태소 각각을 대표하는 표의문자와 명확히 구별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표의문자로는 중국어, 태국어가 있고 표음문자로는 영어, 스페인어가 있다. 표음문자의 경우에는 각 음이 가지는 뜻을 외우지 않아도 음운체계만 알면 모든 단어를 읽고 쓸 수 있다. 그래서 문자 습득이 쉽고, 그 활용 범위도 넓다.

전 세계 언어의 수는 3~4,000여 개에 달하지만, 문자의 수는 고작 100여 개 뿐이다. 이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언어를 표시하는 문자는 같을 수 있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사용이 쉬운 표음문자가 선호된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문자를 빌려다가 자기 나라의 언어 소리를 표기 하는 나라가 많다보니 문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오늘날 ‘문자 멸종의 시대’로까지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한글의 미래는 어떠할까?

다행히도 많은 학자가 한글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세계적 언어학자 데이비스 헤리슨 교수는 2050년 지구촌 5대 국제어에 한글을 포함했다. 그가 선정한 5대 국제어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로, 해당 문자 대부분은 사용 인구의 영향으로 선정됐다. 한글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구는 적지만, 미래에 사용할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선정된 것이다.

영국 역사학자 존 맨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영국 서섹스대 언어학 교수 샘슨 “한글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 중의 하나이다”

미국 하버드대 라이샤워 교수 “한글은 세계 어떤 나라의 문자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과학적인 표기체제를 갖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펄벅 여사 “한글은 세계의 으뜸 글자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한글을 최고의 문자로 뽑는 이유는 한글이 가진 과학성과 독창성 덕분이다. 특히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소리 표현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계공용어인 영어의 26개의 알파벳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300여 개에 불과하지만, 한글은 자음 14개, 모음 10개의 조합으로 무려 11,000여 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그야말로 세상 모든 소리를 다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한글은 문자 그대로가 발음기호여서 그 어떤 언어보다 배우기 쉽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글의 창제배경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한글 창제의 진실

현재 대부분의 책이나 교과서에는 한글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공동으로 만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우리는 당연히 그를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이 ‘사실’일까?

서울대 국문학 이기문 교수 “한글 창제 당시의 기록으로 볼 때 그런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충북대 국문학 강창석 교수 “창제했다는 사실을 잘 모르던 시절에 그런 말이 나와서 그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된 거죠”

경상대 국문학 여증동 교수 “실록에 그런 말은 전혀 없습니다. 아주 잘못된 사실을 국민이 알고 있는데, 세종대왕님이 무덤 속에서 통탄하고 계실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한글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공동 연구로 만들어진 거라고 알고 있는데, 진실은 그와 다르다. 오히려 집현전 학자들은 반대 상소를 통해 한글 창제가 세종대왕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집현전 최고 책임자였던 최만리의 상소문에 따르면 ‘이번 언문은 새롭고 기이한 한 가지 재주에 지나지 못하는 것으로, 학문에 방해됨이 있고 정치에 유익함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옳은 것이 없습니다’라고 나와 있다. 반면 한글 창제에 집현전 학자들이 참여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는 상소문에 ‘어찌 옛날부터 쓰는 폐해 없는 글자를 고쳐 따로 낮고, 천하고, 속된 말인 이익이 없는 글자를 새로 만들어 쓰겠습니까?’라는 구절도 나와 있다.

출처/KBS 역사스페셜

해동잡록(조선 중기의 학자 권별의 문헌설화집으로, 왕조별로 인물사전식으로 편찬되어 있다)에 따르면, 세종이 눈물을 흘리며 황희에게 “집현전 여러 선비들이 나를 버리고 갔으니 어쩌면 좋겠소”라며 세종대왕이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로써 한글을 신하들이 만들었는데 관례에 의해 임금의 공을 돌리기 위함도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물론,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 창제 과정에 있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세종대왕은 반대가 심했던 원로 집현전 학자들은 차치하고, 젊은 학자들에게 한글 창제의 원리와 용례를 해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즉, 집현전 학자들은 한글 28자의 해석과 한글 서적의 편찬사업에 관여했다는 것으로, 한글의 공동 창제자가 되지는 않는다.

 

문화를 비추는 거울, 서체

한글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한글 문신, 한글 티셔츠 등이 유행하고, K-POP의 인기에 힘입어 한글 자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지금은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 현재 많은 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전용 디지털 서체를 개발한다.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도 서체는 캐릭터에 개성과 정체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글 서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인쇄 시스템이 도입되고 수많은 서적과 간행물들이 출판되는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본문을 위한 서체는 거의 하나로 통일됐다. 바로 ‘바탕체’이다. 바탕체는 일본어나 한자의 바탕체와 유사한 혹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성격의 서체라 해 붙여진 이름이다. 1933년 일본 모리사와 회사가 자신들의 사진식자기계를 한국에 파는 데 필요한 서체를 최정호에게 부탁하고, 그는 그동안의 붓글씨에 기초한 한글 글꼴을 디자인했다. 이렇게 만들어져 보급된 최정호의 바탕체는 한글 본문을 위한 유일한 서체가 되었다. 관공서의 공문 지침을 보면 A4용지에 일정한 크기의 바탕체로 문안을 작성하라는 지침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공식 지정 서체로써 활용되고 있다. 신문명조라는 별도의 신문용 본문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쇄물에 바탕체가 사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바탕체의 가독성은 그리 높지 않다. 가독성이란 인쇄물이 얼마나 쉽게 읽히는가 하는 능률의 정도로 활자체, 글자 간격, 행간, 띄어쓰기 따위에 따라 달라진다. 글자를 알아보는 것 이외에 읽고 싶어지는 심미적, 정서적 요소가 결합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바탕체는 지겨운 서체에 불과한 것이다.

또 우리가 윈도(Windows)의 기본 서체로 오랜 시간 사용해온 ‘굴림체’도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 굴림체는 일본 서체인 ‘나루체’의 디자인을 한글에 접목해 만들어진 것이다. 글자틀 안에 가능한 가득하게 글자를 채우고 글자의 속공간을 넓힌 것이 특징으로, 받침이 있는 한글에는 적합하지 않은 글씨체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 기본 한글 폰트를 채택할 당시에는 적당한 한글 서체가 굴림체밖에 없었는데, 이후 20년 가까이 대표 아닌 대표 서체로 사용되고 있다.

정체성도, 조형성도 모호한 서체가 각종 문서에서부터 프레젠테이션, 미디어 등에서 흔히 사용되며 대한민국의 대표 서체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디자이너들에게 더는 그 사용이 퍼져서 안 되는 미숙한 글자체로 인식돼 웹 디자이너들이 가장 싫어하는 글씨체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한글 폰트 사용 확대를 위해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잇따라 한글 폰트를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바탕체와 굴림체는 국가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표 서체를 바꾸고자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은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 사이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서체는 문화를 비추는 거울이다. 한글 서체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한글 서체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를 더 풍부하게 전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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