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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 이주경/자연과학대·통계 12
  • 승인 2016.09.26 09:00
  • 호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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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옅게 불어온다. 거기에 맞춰 막 자란 어린잎들이 재롱잔치 무대에 선 아이들처럼 작은 원을 그리며 같이 춤을 춘다. 불과 며칠 전까지는 꽃잎들이 마구 휘날렸는데 지금은 누가 꽃놀이를 가기는 했냐는 듯, 이미 푸른 잎들만 가득하다. 벌써 봄도 떠나가고 자연이 알려주는 신호이다. 시간은 이렇게나 빠르게 흘러가고 그에 맞춰 계절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막 성년의 날을 맞아 꽃을 들고 걸어가는 저기 새내기들처럼, 몇 해간 입고 다니던 교복에서 벗어나 설렘을 안고 처음 캠퍼스를 거닐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그저 철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새로 만난 사람들과 노는 게 좋았었다. 다가 올 취업에 관해서나 앞으로의 내 미래에 관한 생각은 그저 한 두 해가 지난 후에 해도 될 거라 믿었었다. 하지만, 어느 새 나는 성큼 아무런 뚜렷한 준비도 없는 채 최고 학년이 되어있었다. 이 시기 쯤 되면 주위에는 벌써 뚜렷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부터, 미래를 위해 필요한 준비가 거의 다 된 사람들이나 아니면 원하는 길을 찾아 국내외로 많은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까지 각자 자신의 인생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들이 흔하다. 스스로가 늦었던 탓인지 미래에 대한 틀조차 잡지 못하는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를 여러 번. 사실 모두 불안함을 안고 흔들리고 있는 꽃일 뿐인데,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조급한 시선에는 화려한 '꽃의 외형'만 보고 자괴하고 있다.

그러다 흔들려 뽑히기 직전에도 제자리에서 묵묵히 햇볕을 쬐는 저 작은 들꽃들처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좀 더 느슨한 시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한 번 떠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느라 몇 십번 해야 하는 인사들부터, 끝없는 공부의 부담에 매일 밤 꺼지지 않는 도서관의 불들까지. 다들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제야 눈치 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다들 공평하게 확실하지 않은 미래라는 불안한 대지위에 피어난 꽃들일 뿐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도 나는 이미 준비되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자신의 조급한 마음이 스스로를 위험하게 벼랑으로 내몰았다는 것도. 좀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좀 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밖에선 여전히 산들 바람이 불어온다. 벌써 봄이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여름이 스며들어오고 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보다.

 

*기고일자는 지난 5월 17일이었으나, 착오로 인해 지금 올리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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