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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어떤식으로든 적응해간다시간은 시간으로 하여금 견뎌내게 한다

어떻게든, 어떤식으로든 적응해간다

 

 갑작스레 선선해진 날씨에 흠칫 놀라 달력을 봤더니 새집으로 이사한 지 딱 1년째 된 날이었다. 지금 사는 집은 예전에 살던 집들과는 달리 2층이어서,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하더라도 계단에서 떨어질까 봐 항상 두려움에 떨곤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집에서 처음 보내는 밤은 얼마나 무서웠던지! 이 집에서 살다 죽은 귀신이 나타나서 나를 괴롭힐까 봐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 채 아침을 맞았다.

 그렇게 더위를 맞고, 단풍을 맞고, 눈을 맞고, 봄바람을 맞고 다시 또 더위를 맞았다가 보내고 있는 이 집은 이제 나에게 낯설기만 했던 관광 펜션에서 호화 궁전도 부럽지 않은 세상 편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입학식 전날 밤에도 그랬던 것 같다. 중학교 친구들과 보냈던 행복했던 추억들에 눈물 흘리며 ‘고등학교 가기 싫다’, ‘내일아 오지 마라’. 이 말만 수십번은 넘게 염불을 해댔다. 그 몇 주간 지속하던 염불은 새로운 사람과 환경이 내 삶으로 자리 잡았을 때 멈춰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시절이 얼마 안 되는 내 인생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는데, 그땐 뭐가 그리도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했는지.

 이 기묘한 향수병 같은 증후군은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역시나 도지고 말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아는 것 하나 없는 채로 낯선 세상에 뚝 떨어진 듯한 기분은 고등학교 때와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나를 외롭게 만들고 슬프게 했다. 모든 것들이 다시 시작하는 3월, 나는 다시 행복했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며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신입생 티를 벗고 어엿한 대학생으로서 2학기를 시작하고 있다.

 무서웠던 집이, 낯설었던 고등학교가, 힘들었던 대학생활이 나의 소중한 공간과 추억, 현재로 자리 잡기까지 딱 3주였다. 낯선 것이 내 삶으로 스며드는 데 걸린 시간. 다른 이들은 3주보다 더 짧을 수도, 혹은 더 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만 허락해준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기어코 견뎌낼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다. 잘 버텨냈다는 뜻으로 시간이 선물해준 익숙함은 잠시 힘들었던 때를 ‘그땐 그랬지’라고 웃으며 넘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 생각했던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항상 선택에 적응해가는 ‘과정’이, 그 ‘찰나’가 견디기 힘든 법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은 점점 무뎌지고 견고해져감에 따라 우리를 성장시킨다.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적응의 결과로 때로는 행복을 주기도 한다.

 조금, 아니 어쩌면 많이 힘들더라도 그 순간은 반드시 지나가고, 그 순간을 잠식해버리는 고통 또한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남은 학기도, 남은 2016년도, 남은 삶도 파이팅.

 

김유정 수습기자

rladbwjd1573@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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