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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항쟁(2)'임을 위한 행진곡'시비로 빛바랜 5.18 30주년

 "사랑도 명예도 슬픔도 남김없이..."

 이 노래가 연주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게 무슨 노래인가?"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려 한다. 8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 노동운동 등에서 매번 불렸고, 뉴스에 나오는 시위 영상 중 열에 하나는 꼭 이 노래가 퍼져 나왔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무슨 노래?

 가만, 갑자기 신문에 웬 데모할 때 부르는 노래를 적고 있느냐고?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희은의 '아침 이슬'이 시위할 때 부르기 위해 만든 노래가 아님에도 국민들에 의해 민중가요로 널리 불려지는 것처럼 이 노래도 데모하라고 만든 노래가 아니었다. 이 노래는 본래 죽은 자를 위해 만든 노래였다.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때 시민군의 대변인으로 도청에서 진압군과 싸우던 중 사망한 윤상원씨와 79년 겨울, 노동현장에서 숨진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노래하는, 죽은 두 영혼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진혼곡이다. 백기완씨의 '묏 비나리'라는 시를 보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의 땀방울이 되어'라는 부분이 있는데, 노래에서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불리고 있다. 김종률씨가 작곡하고 황석영씨가 작사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묏 비나리'라는 시를 바탕으로 지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82년 '빛의 결혼식'이라는 음반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후 각종 시위, 노동운동 등에 많이 쓰이는 노래가 되었는데 2002년 붉은악마가 내놓은 'with you'라는 음반에 수록되기도 했다. 현재 이 노래는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 국에서 불리고 있다.

 5.18 항쟁과 '임을 위한 행진곡'

 3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5월 18일.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날을 기억해야 하는 날이지만, 광주에서는 이를 기념하기는커녕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둘로 쪼개져서 진행되는 파행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기념식이 파행이 된 원인은 멀리 있지 않았다. 행사 전 부터 정부와 5.18관련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말고 치루자"라고 제안했고, 5.18 관련단체들은 "기념식 전날인 5월 17일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반드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결국 정부와 5.18 관련 단체가 서로 갈라져 행사를 치르게 되는 비극을 연출하게 만들었다. 정부의 주장대로이 노래는 결국 TV 중계가 되지 않는 식전행사에서만 연주되고, 본 행사에서는 '마른 잎 다시 살아나'라는 민중가요가 연주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유족들과 관련단체 인사들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부 주도의 공식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비슷한 시간에 다른 곳에서 따로 기념식을 치뤘다. 몇몇 유족들은 행사장 바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가 하면, 다른 몇몇 유족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정부 공식 행사장 내로 진입하던 중 경찰의 제지에 막히기도 하였다.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부르지 못하게 막자 많은 정치인들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이명박 대통령이 2년 연속 5.18기념식에 불참하고 5.18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성토했고, 진보신당의 심재옥 대변인 역시 "광주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모든 상징들을 지워버린 박제된 기념식"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마저 "이 노래가 왜 안되는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노래 한곡을 갖고 분위기를 망친 미숙한 조정능력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래 외에도 30주년을 망친 사건들

 지난 17일 오후에는 한 매체가 인터넷을 이용해 정부가 작성한 기념식의 연주곡 목록을 공개하였는데,, 이곳에 '방아타령'이라는 노래가 수록되어 있어 논란이 일었다. 민요 '방아타령'은 흥겨운 분위기를 내는 전통 민요인데 엄숙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할 기념식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던 것이다. 누리꾼과 5.18 관계자들의 비판 강도가 거세지자 결국 행사 당일에는 이 노래를 연주하지 않았다.

 한편 5.18 30주년을 앞두고 "빛고을 광주에서 이제 함께 시작하자.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빛나는 미래를 시작해야한다"고 밝힌 한나라당의 정몽준 대표는 경건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할 행사장에 알록달록한 화려한 색채의 총천연색 화환을 보냈다가 행사 관계자들의 눈총을 받았고, 결국 1시간 만에 조화로 교체하는 소동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실무진과 꽃집 사이에 의사소통 과정에 문제가 생겨 일어난 해프닝"이라며 "우리도 깜짝 놀라 곧바로 꽃집에 항의해 조화로 바꿨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국민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주고 난 뒤였다.

 서로 화합하는 장을 만들자던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식은 결국 서로의 갈등만 고조시킨 채 끝났다. 역사카페를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하나만 묻고자 한다. 당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고. 정부의 편이었든, 민주화 항쟁 관련 단체의 편이었든 상관하지 않겠다. 단지 이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봐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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