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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함과 자신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순’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를 알 것이다.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의 이야기이다. 창과 방패가 붙어서 어느 한 쪽이라도 뚫리거나 부러지면, 상인이 했던 말은 거짓말이 된다. 이처럼 말의 앞뒤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모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나는 초, 중학교 때 도덕과 윤리를 굉장히 좋아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모범적인 예시들과 사례들을 보면 내 마음이 행복했고, 뿌듯했다. 그래서 도덕책에 나오는 행동강령들을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잘 받아들였고, 나의 인성은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져 갔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두 가지 태도가 있었다. 한 가지는 겸손함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자신감이었다. 도덕책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말한다. 잘하는 것이 있어도 앞에 나서지 말고, 자신의 재주를 뽐내지 않고, 자신의 공을 타인의 공으로 돌리는 등 겸손에 관한 행동강령은 수 없이 많다.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이 미덕인줄 알았고,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던 중학생 시절의 나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성인이 되었다.

어떤 행동을 하던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하니, 항상 위축이 되고,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가장 머릿속을 자주 맴돌았던 문구는 ‘내가 뭔데’였다. 단체로 메뉴를 고를 때에도 ‘내가 뭔데 메뉴를 골라? 겸손하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남들이 먹고 싶은 것을 따라서 먹었고, 군대에서 분대장을 달고, 후임들에게 명령을 내릴 때에도 ‘내가 무슨 권리로 남들에게 명령을 내려? 겸손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나 자신이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느꼈고, 여러 권의 자기개발 서적을 통해 나 스스로를 바꾸려고 시도했다.

그렇게 얻어 낸 새로운 태도는 자신감이었다. 거의 모든 자기개발서에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글들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면서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도 변화시킬 수 있고, 나 자신도 행복해 진다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겸손하지 못하고, 자만하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고, 앞에 나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살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떻게 자신의 재주를 뽐내지 않고, 잘하는 것이 있어도 앞에 나서지 않고, 자신의 공을 타인의 공으로 돌리는 행동들과 부딪히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왜 사람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하면서도 겸손하라고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사는 것이 더 맞는 것인가?

이와 같은 많은 고민들을 수 없이 하면서 나는 겸손함보다는 자신감에 비중을 두고, 어떻게 보면 약간 이기적인 태도로, 나 자신을 높이 평가하면서 행동을 해보았다. 그 결과, 무엇을 하든 성취의 정도는 겸손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행동했을 때보다 몇 배는 높았고, 수동적이었던 삶이 능동적이고 의욕적으로 변했다. 이후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기적인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예전의 나였으면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았겠지만, 지금은 자신을 방치하지 않고, 자존감을 잘 가꾼 적극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는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이다. 내가 유독 겸손함이란 태도를 과하게 잘못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겸손함과 자신감의 사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확실하게 조언 해주고 싶다. 겸손함보다는 자신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라고. 겸손함은 단지 스스로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이 바탕이 되고, 그 자신감이 과할 경우에만 그것을 조정해주는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라고.

신문방송 10 성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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