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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가짐

 

20140695 신문방송학과 박준영

나는 통학시간이 긴 편이다. 버스 종점과 종점을 오가는 긴 거리를 매일 오고 간다. 하루에 약 두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는 셈인데, 사실 졸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스마트폰을 보 는 것 외에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다. 특히 아침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여지없이 비몽사몽 졸다가 눈을 뜨면 학교에 도착하는 일이 다반사다.

처음엔 바깥풍경을 구경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항상 같은 길을 지나다 보면 지루해진다. 그러면서 처음 통학을 시작했을 때 느꼈던 긴장감과 설렘은 점점 사라졌다. 단지 다른 승객을 힐끗힐끗 쳐다보거나 앞좌석에 시선을 고정하는 것 보다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두는 것이 자연스러우니까, 그뿐이었다. 이미 일 년 넘게 통학을 하면서 반복에 무뎌진 나에게 버스 바깥의 풍경이란 그냥 흑백영화 같은 무채색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창밖의 풍경이 제 ‘색’을 되찾았다. 단순히 봄이 와 꽃잎이 흩날리고 초록이 무성해져 화려한 색감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생생함을 찾았다. 같은 풍경도 달리 보였다. 전엔 수십 번을 스쳐 가도 전혀 몰랐던 주유소 지붕의 색이 초록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공장 옆의 벚꽃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음을 처음 깨달았다. 마치 대충 스케치 된 밑그림에 윤곽을 더하고 채색해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이 내가 최근 창밖 풍경을 다시 유심히 보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계기는 ‘인식의 변화’다. 몸과 마음이 이유 없이 지치는 날이 있다. 아침부터 되는 일도 없고 휴대폰도 깜빡 잊고 집에 두고 오고 날씨도 흐려서 괜히 기분이 별로인 날. 그 날도 어김없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휴대폰도 없고 졸리지도 않아서 그냥 막연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삭막한 공장 지역도 지나고 다리도 건너고 상가가 많은 지역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현수막 하나가 클로즈업한 듯이 내 시야에 보였다. ‘오늘도 좋은 하루’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신기하게도 그걸 보고나니 위로받은 기분이 되었다. 지쳤던 몸과 마음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그 부근을 지날때 마다 의식적으로 그 현수막을 찾기 위해 창밖 풍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시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수막을 찾아 의식적으로 바깥을 보다보니 주변 풍경도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 주변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스쳐 지났던 풍경들이 새롭게 느껴졌고 흥미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창밖 풍경을 보는 것 자체가 기분 좋고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꼈던 창밖 풍경이 생생하게 보였다. 같은 풍경에 대한 평가가 순식간에 손바닥 뒤집듯 바뀐 것이다.

주변엔 많은 소소한 일들이 있다. 그리고 보통 우리는 그것에 대해 빠른 판단을 내린다. 의미 없는 일이라고,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그런 일들에 의미가 부여하는 순간 찾을수 있는 재미와 새로움은 어떤 일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마음가짐의 변화가 나를 변화 시킨다. 지겹고 삭막하고 재미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다음날에 즐거운 일이 많고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찬 곳으로 변했을 때 느껴질 놀라움과 만족감을 생각해보라. 모든 것은 마음가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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