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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누군가에게는
3월이다. 보통의 3월은 시작을 의미한다. 캠퍼스엔 20살의 풋풋함과 설렘을 가진 새내기들이 저마다의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입학한다. 비슷한 시기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곳곳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화사한 햇살과 꽃을 즐기다보면 이내 학과 MT를 떠난다. MT를 다녀온 뒤, 늘 같이 다니던 친구는 캠퍼스 커플이 되어 떠나고, 남은 친구는 혼자 쓸쓸한 봄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3월은 누군가에게는 설렘, 누군가에게는 시작, 누군가에게는 쓸쓸한 달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슴 한 구석엔, 3월에 대한 기억하기 싫은 추억이 자리잡고 있다.
 정확히 3년 전,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가 있었다. 당시 우리는 막 제대한 24살. 둘 다 복학을 앞두고 있었고,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그렇게 나는 2학년으로 복학을 했다. 그리곤 바쁘게 살았다. 말이 ‘바쁘게’ 살았지, 매일 매일 술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바쁘단 핑계로, 아니 술 마신다는 핑계로 그 친구와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다. 난 그 친구도 그런 줄 알았다.
 평소와 같이 술을 마시고 새벽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갈 때,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술도 취했고, 오랜만의 친구 전화라 기분이 좋았다. 혼자 신나게 떠들었다. 상대 반응엔 상관없이, 혼자 신나서. 친구는 딱 한마디만 남겼다. “나 학교 못 다닐 것 같다.” 무슨 말인지 몰랐다. 얼마 전 까지 복학 얘기를 나누던 친구였는데 학교를 못 간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음 날, 전날 과음으로 숙취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친구 어머니가 전화가 왔다. 울고 계셨다. “정룡아, XX병원 장례식장이야. 얼른 와.”
 그렇게 친구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유는, 비싼 등록금.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친구는 혼자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고 있었다. 한 학기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다시 학교를 등록하고. 또 휴학하고. 이런 생활이 너무 지치고 힘들다고, 진저리난다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2000년 이후 대학등록금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반값등록금’은 매번 선거 때 마다 나오는,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반갑지도 않은 단어가 되었다. 나는 다행히 국립대를 다니고, 적은 액수지만 장학금을 받는 덕에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단어를 들을 때면 그 친구 생각이 난다.  등록금 액수에 헉 하고 놀래고. 그리곤 또 그 친구를 떠올리고.
 우리나라 평균 대학 등록금이 1년에 832만원이라고 한다. 한 학기 등록금은 대략 400만원. 이렇게 비싼 등록금 덕(?)에 빚쟁이인 상태로 사회 진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등록금 관련 얘기를 쓰고 있지만 해결 방법을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반값등록금이 실현될까, 내 친구와 같은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진짜 방법은 없을까.
 3월은 돌아왔다. 시간은 정말 잔인하게 빠르다.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이. 하지만 그 날이 다가오면 기억이 서서히 올라온다. 그러면 매 년 그래왔던 것처럼, 어머니를 뵈러 간다. 그러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선 비싼 등록금에 대해 생각을 할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그 친구가 생각났다. 어머니께 전화 한 통 해야겠다. 찾아간다는 말과 함께.

이정룡/사회대·신문방송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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