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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이기(利器) vs 이기(理氣)
  • 곽호경/인문대·사학09
  • 승인 2012.06.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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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통근 시간대 버스의 모습은 이색적이다 못해 경이롭다. 버스 승객 중 절반 이상이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뒤 모든 신경을 그 상자에 집중하는 모습은 무언가에 홀려있는 듯하다. 이어폰을 꽂음은 외부와의 차단을 의미한다. 마치 자신을 다른 공간에 가두어 버리는 것과 같다. 학교 강의실에서도 학생들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악당 ‘사우론의 눈’을 피하는 주인공 ‘프로도’처럼 강의를 하고 계시는 교수님의 눈을 피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심지어 친구나 연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눈을 맞추고 있다가도 문득 우리는 대화를 멈추고 침묵을 지키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실로 이 무서운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1세기는 정보화시대에 이르러 스마트시대가 열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삶과 IT 기술 사이의 거리는 좁아져 이젠 IT 기술이 없다면 우리는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마냥 호재인 것 같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용자에게는 삶과 영혼을 좀 먹는 악재로 탈바꿈한다.

스마트폰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로 하여금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과 연결되지 못해 고독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진짜 고독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는 순간 즉, 나를 바깥세상과 격리하는 순간이다. 결국 사용자는 이러한 문명의 이기(利器)로 인해 혼자여서 할 수 있던 사고, 자각 능력이 상실되어 간다.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중국 남송대의 성리학자 주희에 의해 완성된 이기(理氣)론에서 찾을 수 있다. 만물의 실체를 이루는 기(氣)는 우리 생활 속에서 매우 발달하여 도움이 되고 있건만 기의 근본 존재 이유인 이(理)가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기술 발달에만 신경을 써왔지 그에 대한 우리의 대처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어난 재앙은 매우 많다. 크게 보면 인류사의 전쟁 역시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으며, 인터넷 사용 중독, 음주 사고 등 다양한 예가 있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우리가 만든 문명을 잘 다루지 못해 우리에게 반사적으로 돌아와 해를 끼치는 것이다.

얼마 전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미국 보스턴대의 졸업식 연설에서 한 이야기는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끄기’ 버튼을 찾으세요. 하루 한 시간씩 이 기계들을 꺼놓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고 진짜 대화를 하십시오”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면 문명의 이기란 또 다른 이름의 재앙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문명의 주인이 될지언정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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