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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리-그 두 번째 만남
  • 마치다 타카시
  • 승인 2010.11.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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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일문 마치다 타카시교수님
꽹과리와 북 소리가 울려 퍼지고 세 된 피리 소리가 흐르자 나도 모르게 흥겨운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나에게 어릴 때부터 익숙한 소리이자 리듬이었다. 지난 10월 1일부터 9일 동안 창원에서 개최된 'JAPAN WEEK'의 중반, '바치홀릭 북 공연'은 10월 4일 저녁 성산아트홀에서 열렸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앉아 익숙한 북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학생들에게 기묘하고 이질적인 이 문화의 소리는 실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젊은 시절에 자신들을 지배하는 이민족의 소리로 울렸으리라. 그것은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불쾌하고 굴욕적인 소리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마츠리(祭り)'라는 축제가 열린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질서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1년에 한 번 그 날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카오스(chaos)와 같은 축제의 시간이다. 마츠리란, 쉽게 말하면 1년에 한 번씩 마을을 방문하는 신(神=가미)을 맞이하는 의례이며, 그 가미는 마을 구성원들의 먼 조상이자 마을을 지켜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이 신앙을 천황제와 연결시켜 국가적 종교를 창조했다. 그리고 근대국가와 강하게 연결된 종교는 1910년 한일합방 전후 한반도에 들어와 각지에 신사를 건설하고 한국인들에게 숭배를 강요하게 되었다.
'문화는 정치와 별개의 문제다'라는 주장은 아름다운 주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문화교류가 정치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한국의 과거 정권이 일본문화 유입을 막은 것도, 김대중 정권이 일본문화를 개방시킨 것도 당시의 정치적 판단이다. 또 일본이 옛날에 일본문화를 강요했던 것도 정치권력의 행사였다.
그러나 한편, 문화는 한번 교류가 성립되면 그 유입과 유행을 막을 수 없다. 일본의 한국 연예문화 유입은 이제 어떻게 해도 막을 수가 없을 것이고, 일본인들은 김치와 떡볶이를 계속 먹을 것이다.
JAPAN WEEK 기획 중의 하나였던 쇼후쿠테이 긴페이의 라쿠고(落語, 혼자 이야기하는 일본 전통 만담)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한국 것이든 일본 것이든 문화에 대한 욕구는 막을 수가 없다. 열심히 공연하는 그 모습을 보고 배를 잡고 웃는 한국인 학생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일본 라쿠고는 별로다. 이제 한국 라쿠고의 시대다.' 몇 년 후 그런 말이 나오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100년 전, 마츠리는 침략과 함께 건너왔다. 이는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문화가 정치에 이용당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역사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이다. '일제시대를 아는 사람이 줄어서 일본문화가 받아들이기 쉬워졌다'라는 인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다시 건너온 일본문화가 정치의 힘을 넘는 진정한 질과 실력을 구비한 것인지를 물어야만 한다.
바치홀릭은 공연의 마지막에 한국민요 '뱃놀이'를 연주하며 사물놀이 팀과 함께 클라이막스를 연출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관객들, 학생들도 하나가 되어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첫 만남은 불행했다. 오래 시간을 걸쳐서 실현된 두 번째 만남—나의 학생과 나의 고향의 마츠리와의 만남이 행복한 만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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