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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테이블 세터
  • 신혜린 기자
  • 승인 2016.04.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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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함께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야구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배트를 크게 휘두르며 ‘홈런’을 치는 장면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을 보고 있자면 무언가 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홈런을 치고, 또 2루타 3루타와 같이 득점을 잘 올리는 선수들 ‘중심 타선’이라 부르며 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단 이들이 경기에 있어 전부일까. 오늘은 ‘테이블 세터(table setter)’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테이블 세터(table setter)’, 주로 1번,2번 타자를 뜻하는 단어로 표준 영단어는 아니지만 미국 야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사용된다. 말 그대로 중심타선이라 불리는 타격감 좋은 선수들이 쉽게 득점할 수 있도록 출루하는 선두타자를 일컫는 이 말은 쉽게 말해 ‘상을 차려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홈런을 칠 때 선두타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점수 차는 만만치가 않다. 이러니 득점을 크게 내는 것이 아니더라도 경기 흐름을 바꾸어 나가는 것에 있어 이들의 역할은 팀에 있어 단단한 주춧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테이블 세터’는 야구 경기에만 국한된 단어가 아니다. 우리사회에도 많은 ‘테이블 세터’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들에 대한 처우는 야구경기에서 만도 못한 것 같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회는 자꾸만 모두에게 ‘리더’의 자질에 대해 배우라 강요한다. ‘핵심적인 인재’를 선호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자. 모두가 똑같은 역할을 하는 사회, 그 사회가 과연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당장 대형 서점에서 자기계발서 코너를 찾아가도, 강연회를 찾아가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모두 ‘청춘’을 담보로 ‘시간’을 매개로, ‘꿈’을 향해 ‘뛰고’ ‘찾고’ ‘성취’하라고 자극한다. 이곳에서 마주한 청춘은 아파도 청춘이고, 늦어도 늦은 것이 아닌데, 정작 현실에서는 왜 빨리 꿈을, 직장을 아직도 찾지 못했냐고 성화다. 때로 꿈을 찾아 가져가면 어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꿈은 크게 가져야지’

알게 모르게 우리 모두가 강요를 받는다. 문화가 그렇게 주도했고 사람들은 이끌려 갔으며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사회는 당연히 이를 따랐다. 그러니 우리가 어릴 적부터 ‘테이블 세터’보다 ‘중심 타선’을 꿈꾸라고 가르침 받으며 자라난 것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걸음이다. 누군가가 강요해서 제 인생 모두를 바쳐 그 길을 걸을 순 없다. 실제로 대학에 진학한 후,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새로 시작한 친구들은 지금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두가 같은 걸음을 걸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걸음이 가장 완벽하고 훌륭한 것도 아니다. 만약 야구장에 4번 타자만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야구라고 볼 수 있을까.

신혜린 기자 sunnyrin@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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