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내 유아교육과(이하 유교과) 교수와 중국인 유학생 사이의 일로 소란스럽다. 지난해 시작된 일이 지금까지도 마무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 내 조사결과들을 모아 검찰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검찰조사 결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우리대학 동료교수 및 여교수회에서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해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그리고 해당교수에게는 해임결정이 내려졌다. 우리 대학에서 사법당국의 조사가 아닌 자체 조사를 통해 교수를 해임한 것은 처음이다.
나는 해당교수와 일면식도 없다. 그를 감싸주고자 하는 마음도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사법체계는 오직 경찰, 검찰 그리고 법원뿐이다. 대학은 교육의 공간이지 사법처리공간이 아니다. 거기다 국립대학인 우리대학의 교직원은 공무원 소속이다. 사기업도 아닌 국립대학 교직원 해임을 사법결정과 반대로 한다는 결정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조사위원회는 ‘검찰 조사를 분석한 결과, 증인이 모두 해당 교수의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들로 밝혀졌다’고 했는데 문제제기한 교수들은 아무도 증언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검찰조사 결과를 뒤엎을 만큼 수사실력이 뛰어난 이들이 왜 교육계에 있는지 의문스럽다.
징계위원회의 조사 결과 해당 교수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중국 유학생 성추행등의 혐의 사실이 인정돼 3월 25일(수) 징계위원회에서 해임됐다. 그런데 법원은 지난 달 1일 해임정지 보류 조치를 다시 내렸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본안 소송의 판결확정까지 그 집행을 정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시적인 복직도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대학 내 교수회, 학생회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내 구석구석에 대자보와 서명이 붙어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높은 학식을 갖추신 교수들께서 진중하게 문제를 좀 더 지켜보시는건 어떨까. 대학생들에게는 브레이크가 없다.
작년 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일이 이렇게 될까 염려했다.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여론 재판을 인정하지 않는다. 교수, 학생, 지식인 가릴 것 없이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아무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과도하게 믿는 면도 크다. 그러나 법은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잘못된 법 집행으로 개인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법이나 사법 체계도 불안정 할 수밖에 없다. 이것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식인 사회라는 대학에서조차 정의의 향방을 알 수 없다. 정의는 법정에서 다퉈야 한다. 지식인이라면 공론장인 재판장에서 정의를 가려보는 것은 어떨까. 장외에서 소리치지 말고 우리의 힘을 결집해 재판장에서 진검승부를 보자. 진실은 그리고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정의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식인이라면 진검승부를 보자. 정의는 사실관계에 따라 법대로 처리해야 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다고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항소절차가 남아있다. 느리더라도 법 절차대로 가자. 정의는 사법절차대로 해도 반드시 승리한다. 그렇지 않은 사법체계라면 의미조차 없다.                  
손경모 기자 rem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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