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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유전무죄, 무전유죄’ 입니까

허대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일당 5억 원, 일명 ‘황제노역’이라 불리는 사건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조세포탈과 도피로 벌금을 선고받은 허 씨가 전 회장이라는 지위와 부친이 향판이었던 점을 이용해 일당 5억짜리 노역을 한 셈이다. 잇따른 여론의 뭇매로 사건의 판사는 사표를 제출하고 노역도 중단되었지만, 이미 6일 치에 해당하는 30억 원은 탕감된 상태이다.
현재 벌금형은 교도소에 보내기에는 가혹하다고 판단되는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선고되고 보통 일당 5만 원의 금액으로 환산되고 있다. 벌금을 선고받으면 30일 이내에 일시불로 완납해야 한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허점이 발생한다. 벌금을 ‘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전제다.
사실, 과거에도 재벌이나 대기업 관계자들이 1억 원에서 3억 원의 일당을 선고받은 일이 왕왕 있었다. 일당과 기간의 어떤 제한도 없이 3년을 넘길 수 없다는 조항 내에서 이들은 재벌이라는 지위로 법의 그물망을 유영하고 있다. 허 씨가 선고받은 기간은 49일로 제한선인 3년에 절반도 미치지 못했으며, 그 일당은 5억 원에 달했다.
‘재벌’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단어로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오랜 시간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해온 거대기업과 공공연한 정부의 묵인이 있다. 올해 박근혜 정부의 예산안에서 소득세 9% 상승, 부가가치세 7.4% 상승하는 반면 법인세는 고작 0.1% 상승했다.
이렇게 대기업들의 콧대가 날로 높아지는 이유에는 많은 국민의 가계와 국가 경제를 책임진다는 점도 한 몫을 할 것이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던 재벌들은 이제 한 나라의 법을 좌지우지하는 ‘갑’이 돼버렸다.
재벌, 그들은 한때 한국사회의 희망이었으나 현재는 한계와 치부를 드러내는 존재가 되었다. 다시는 법이 그들의 이익에 따라 이용되지 않도록 제도와 처벌을 강력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허 씨가 받은 특혜 또한 일당의 상한선 제한이 없는 법의 한계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재벌의 성쇠에 따라 움직이는 도미노가 아닌 각각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 키우기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평등해야 할 법 테두리 안에서까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니, 정말 서글플 따름이다.                                    

배수현 기자 zxcvbn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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