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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개국을 눈앞에 둔 종합편성채널 4사와 SBS의 자체 미디어렙 설립에 이어 공영방송을 표방하던 MBC마저 자사의 미디어렙 설립이 사실상 확정됐음을 밝혔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는 이미 3년 전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광고 독점판매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임에도 그 파장은 엄청나다. 민영 미디어렙의 설립은 그간 코바코를 거쳐 배분되던 방송광고가 시장경쟁 체제로 전환돼 방송사별로 광고를 수주하는 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바야흐로 공익성을 내세우던 지상파 방송마저 코바코의 독점체제에서 시장논리에 의한 자유경쟁체제로의 돌입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렙 경쟁체제가 본격화되면 방송 생태계에도 많은 혼란과 변화를 빚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광고 직접 판매제의 효과는 가장 먼저 방송의 상업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고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시청률이 높은 방송과 시간대에 광고를 판매하는 것이 당연하다. 즉, 방송사들은 광고 수입을 위해 시사, 다큐 등의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은 줄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오락성이 짙고 선정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코바코의 독점체제 속에서 광고 수입을 통해 유지되어오던 지역·종교방송을 비롯한 작은 언론사들은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독과점 속에서 연쇄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결국, 미디어렙은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고, 언론의 공익성과 다양성을 저해하고, 언론을 정부와 광고주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비관적인 미래를 초래한다. 왜 이런 사태를 정부 및 국회에서는 손 놓고 보고 있을까? 한미 FTA 비준부터 시작해서 여야간의 갖은 줄다리기로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미디어렙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코바코의 미디어렙 독점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으면 변화하는 현 실태에 맞는 미디어렙 법안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미 언론계와 정치계 사이에서 형성되어왔던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종편 개국 시기까지 계속 미뤄온 이유는 종편에 대한 현 정권의 특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종편에 대한 특혜 아닌 특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든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힌 현 정권의 꼼수라는 여론도 대두되고 있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으면 얼른 미디어렙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한다.

김병관 편집국장 bk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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