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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김예슬 사건기자일언

 '지금의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이 결합한 '자격증 장사 브로커'로 전락해 학생들을 '적자 세대'로 만들고 있으며 나는 이런 대학을 거부하고 자퇴를 선택한다.' 얼마 전 고려대를 자퇴한 김예슬(경영3)양이 고려대학교에 써 붙인 대자보의 내용이다. 그녀가 대학을 자퇴한 이유는 자본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가 빚어낸 대학의 교육에 항거하기 위한 것이다.

 난 재수생이었다. 친구들은 가끔씩 "성적 되는대로 가면 되지 시간 아깝게 재수는 왜했니?"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한민국 대학 교육이 김예슬양을 자퇴하게 만든 이유와도 같다.

 내가 재수를 한 이유는 바로 자본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가 지배적인 이런 사회 구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으며, 좋은 회사에 취직해야만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를 떠나게 한 대학교육에 딱 맞는 이유로 아까운 시간이지만 재수를 하기로 결심한 나에게 김예슬양의 대자보와 행동으로 보여준 그녀의 자퇴 소식은 내가 가지고 있던 속물근성에 일침을 찌르는 것 같아 낯 뜨거워지는 부끄러움과 커다란 자괴감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김예슬양처럼 현재 대학교육의 부조리를 알면서도 바꾸려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거기에 안주하고 발맞춰 나가려고 했던 것 같다. 작은 변명으로 내가 행동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일은 더 밝을 것이라는 믿음보다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김예슬양 또한 내 또래이고 나와 같은 두려움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퇴를 결심한 그녀의 결정이 나에겐 정말로 대단한 일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대학교육엔 문제가 있고 더 나아가 이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알고 있지만 뭐해? 우린 힘이 없는걸!'이라 말하며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아. 어느정도 위치에 올라가고 나서 바꾸려고 노력해도 되는걸!'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난 말하고 싶다. 그녀의 행동은 옳은 행동이고 칭찬받아 마땅할 행동이라고. 혹 힘없는 사람의 행동이었고 섣부른 판단에 의한 행동일지 언정 사회에 적응 못하는 바보라고 놀림 받고 배부른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로부터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은 이 핑계 저 핑계로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힘이 없다면 힘을 모아서라도 아닌 건 아닌 것이라고 말해야한다. 또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가고 나서 바꾸려고 한다면 끝이 없다. 어디까지 올라가야 할 것인가.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 빌게이츠?

 스스로 판단했을 때 틀렸다고 생각해서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이지만 이 소수가 사회를 변화시킨다. 나조차도 내 생각을 행동으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행동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은 비난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저어도 행동하는 소수에게 따갑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 보다는 따뜻한 격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 그들의 등에 업혀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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