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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포기하면 아무것도 아닌 걸
  • 구연진 기자
  • 승인 2016.04.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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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전공강의실로 향할 때, 내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묘한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나 자신이 교복 입던 때로 돌아가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교복 입던 학창 시절 맞았던 새벽의 싸늘한 바람. 그와 다르게 따뜻한 햇볕 아래서 자유로운 복장에 높은 신발을 신고 두꺼운 전공 서적을 들고 있는 학생들. 나는 이것이 내가 원하던 대학생활과 일치하는가? 하고 고등학생 시절 상상하던 그림과 비교해보곤 한다.

편집실에 오자마자 슬리퍼로 갈아 신고 정신없이 기사를 마감하다 문득 고개를 들면, 새삼스럽게도 창원대신문사에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여겨진다. 포근한 봄바람, 그리고 함께 흘러들어오는 방송국의 노랫소리,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 이곳에서 지낸지 이제 다섯 학기 째, 편집국장님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병아리 같던 수습기자는 이제 38대 편집국장이 되어 창원대신문 지령 600호를 맞았다.

나는 특출 난 글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또 특출 난 리더십을 가지지도 못했다. 학창시절 반장 한번 해보지 않은 내가 창원대신문사라는 집단을 이끈다는 것에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그래서 나는 신문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불안하다. 나의 언행으로 누군가 상처 입지는 않을까, 어떻게 수습기자를 가르쳐야 글을 잘 쓸까, 부서제도를 개편한 것은 잘한 것일까…. 항상 정신을 차려보면 신문사에 대한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신문사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다.

입학 후 신문사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언제나 신문사를 우선으로 삼았고,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문과에서 자연대로 온 것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신문사에 동아리에 아르바이트에 대외활동까지, 하루하루 어떻게든 넘기는 것이 목표였던 나날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앞으로 뭘 더 꾸준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3학년이 된 올해도 이곳에 남았다.

지금은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다. 흔히 죽어나는 학년이라고 사망년이라 부르는 3학년의 과제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편집국장 일은 정기자 일의 몇 배로 고되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학창시절 그렇게나 원하던 신문사 생활이었으니, 초심을 잃지 않고 이어나가려고 한다.

한바탕 정신없이 기자들과의 마감이 끝났다. 어김없이 늦은 마감이다. 새벽 5시, 이제야 지령 600호에 채워 넣을 마지막 기사를 마무리한다. 곧 학교 곳곳에 뿌려질 600호 신문을 기대하며, 오늘도 피곤하지만 뿌듯한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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