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원시에서 월 10만원 더 쓰기 운동을 하고 있다. “지출은 좋은 것이고 저축은 나쁜 것이다”는 논리에서 나오는 결론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인데 각 개인이 10만원씩 더 쓰면 경제가 살아나는 것인지 의문이다. 돈을 써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왜 10만원만 쓰자고 주장하나, 50만원 100만원씩 쓰자. 아끼는 것이 아니라 쓸수록 경제가 좋아진다는 이 이론에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가 없다.

이런 주장은 매우 편리하지만 옳지 못한 주장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누군가 추가로 10만원을 필요이상(낭비) 쓰면 그 돈은 누군가의 소득이 되고, 그 소비를 위해 공장이 돌아갈 것이므로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깨진 유리창 이야기를 통해 소개하기도 한다. 어느 집 유리창이 깨졌을 때 그것을 수리하기 위해서 돈을 쓰면 유리공장이 돌아가고, 그 돈은 공장 노동자의 소득이 되므로 경제를 위해 유리창이 깨지는 것은 경제를 위해 좋다고 주장한다. 눈에 보이는 효과로는 그렇다. 경제를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유리창을 다 깨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유리창이 깨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유리창 수리에 쓰일 돈은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일까? 그 돈은 유리창 수리에 쓰이지 않는 대신 새 신발 구입에 사용되거나 갖고 새 정장을 사는데 사용 될 것이다. 이것도 유리공장 노동자의 소득을 올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두공장이나 옷 공장 등의 소득을 올려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 의사에 따라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효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안 쓰고 저축해두는 것보다는 쓰는 것이 경제에 낫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마찬가지로 소비는 눈에 보이지만 저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유리창이 멀쩡해서 수리할 돈을 아껴서 저축하면 사회 전체의 자본축적이 일어난다. 자본이 축적되면 이자율이 떨어지고 기업가는 자본조달 비용이 떨어진다. 그럼 그 기업가가 파는 물건의 비용이 감소하면서 판매가격도 떨어진다. 누군가 저축함으로 인해서 내가 필요한 물건을 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각 개인들이 저축한 돈은 이런 식으로 천천히 보이지 않는 효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아차릴 수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지출이 좋은 것이고 저축이 나쁜 것이라면 우리는 당장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전쟁만큼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사회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시기는 없다. 그러나 누가 전쟁을 하면 경제가 활성화 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소비되면서 그것이 어떻게 우리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소비가 많아질수록 경제가 활발해진다는 주장은 유리창을 깨버릴수록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는 주장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더 많은 소비, 낭비는 사회의 모든 돈을 말려버리고 우리를 틀림없이 원시시대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잘 살기 위해선 아끼고, 절제하고, 노력해야 한다. 심지어는 내가 무능하고 게을러도 남이 더 열심히 살도록 내버려 둬야한다. 그들이 절제하고, 아끼고 모은 재산이 소비되지 않더라도 사회 전체의 자본비용을 감소시켜준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열심히 살면 내가 물건을 구입할 때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개인이 산다고는 상상도 못하던 물건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좋고 편리한 스마트 폰을 누구나 들고 다닌다. 우리가 그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사회전체에 자본이 쌓이면서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인가. 저축의 역설 같은 건 없다. 부는 오직 땀과 노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손경모 기자 remaist@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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