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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으로 바로 선다

‘원칙과 신뢰’라는 정부 슬로건 아래, 대한민국은 벌써 3년째로 접어들었다. 대부분의 정부 기관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공평하고 원칙이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을 홈페이지에 다짐해놨다. 그렇다면 정부의 원칙적 행위들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로 답했는지 확인해보면 그 정부가 옳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2014년 월드컵, 홍명보호가 박주영 포함 23인의 엔트리로 격전의 장소, 브라질로 향한다. 브라질로 향하기 전, 홍명보호는 ‘원팀 & 원스피릿’이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브라질로 향할 23명의 선수를 뽑는 기준은 실전감각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이었으며, 그들과 함께 16강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그 원칙은 깨졌다. 깨진 원칙의 논란 가운데는 박주영이라는 잊혀진 천재가 있었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이라는 팀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한 채 실전감각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그저 그런 공격수였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의 천재성을 믿고 도박을 택했고, 결국 원칙을 깼다. 그렇게 국민의 응원과 질타를 함께 받으며 떠나간 브라질에서는 1무 2패, 아주 초라한 성적으로 귀국해야만 했다.

모든 것이 홍명보의 잘못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격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한 박주영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도박이 되면서 언제부턴가 원칙은 안중에도 없어진 사회가 됐다. 원칙을 거슬러 얻는 결과가 더 값질 것이라면 그것을 버리는 것이 굉장히 쉬워졌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른 19대 국회 입법수를 살펴봐도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이 굉장히 부끄럽고 안타깝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들로부터 조사를 의뢰받아 처리한 회답 수가 19대 국회에만 이미 2만 건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개청 3년이 못 된 2010년 9월에 회답 1만 건을 돌파했으며, 5주년인 2012년 11월에는 2만 건이 넘더니 2014년 7월에는 3만 건의 누적 회답건수를 기록했다.

물론 법의 개수가 적어야 법치주의가 확립되고,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법들이 무분별하게 제정됨에 따라, 지켜야할 법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원칙이라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지금 국회 여야당원들은 하나의 법률을 통과시켜주는 조건으로 다음 법률 통과에 찬성해주는 것으로 그들의 이익들을 교환한다. 그 법안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원하는 법만 통과가 되면 문제없다. 그들에겐 애초에 정치적 신념이나 원칙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누군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제도들 또한 문제가 있다. 원칙 하나면 충분한 것들에 다른 부정의 행위가 개입될 공간을 만들어주는 입시제도나 채용 제도들이 그 중 하나의 예다. 모두가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을 놔두고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른 옷들을 찾아 나선다.

‘만약 원칙만을 따지는 것이 빡빡하게 느껴진다면, 반대로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돌리기 공방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가장 먼저 희생양으로 지목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약간의 편의를 핑계로 원칙을 무시하는 자들은 자기 목숨을 내놓고 하는 행동임을 잘 알고 있어야할 것이다.

김태완 편집국장 beeorigi@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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