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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

 

‘제주도 사람들은 예로부터 거칠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기 위해 근면, 절약,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삼아서 도적질을 하거나 구걸을 하지 않고 집에 대문도 없이 살았다.’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제주인들의 삶이었다. 대문 없는 제주인들의 일상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의심 없는 인간관계를 느끼게 해줬다. 어린 마음에 잠깐이라도 집 문을 열어두면 혹여나 누가 우리 집 물건을 훔쳐갈까 두려워 문을 항상 꼭 잠그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요즘 세상은 거짓말이 꼬리를 무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마음은 여전한가보다.

거짓말이 판을 치는 형국에 이제 국가의 엘리트들이라고 하는 분들의 이 말, 저 말은 도통 믿을 수가 없다. 한 날은 이랬다가, 또 한 날은 까마귀 고기라도 먹었는지 과거 발언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원칙과 신뢰를 아주 저버리는 모습이다.

얼마 전 이완구 전 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하고 고개를 숙였다. 취임 63일 만의 사퇴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부패와의 전쟁을 발표하고도 정작 본인은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원칙과 신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여주기는커녕 쓴소리를 하겠다는 총리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이완구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그것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거짓말 논란이 일어나고, 정직과 신뢰의 모습은 추호도 볼 수 없었다.

뜬금없지만 돈이든, 명예든, 욕심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적어도 나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욕심 있는 사람보다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욕심을 채우는 데, 잘못된 방법이 동원됐다면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끝없는 거짓말이 본인을 끝없는 수렁으로 빠뜨렸고, 원칙과 신뢰의 정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 대학생들이 가장 믿을 수 없는 집단 1위를 정치인으로 꼽았다. 참으로 잔인하고 비참하지만 이게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예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우리대학을 방문해 열띤 강의를 한 적 있다. 한 학생이 정치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하세요. 정치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였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고, 홍준표 도지사의 말도 맞는 말이다. 국민들이 현명하게 뽑은 정치인들이 정치는 알아서 해주길 바라고, 그 자리에서 국가가 잘 돌아가게끔 만들어달라는 무언의 소망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인들 본인들의 세상에서 정치하라고 뽑아준 것은 절대 아니다.

‘정치인들 뽑아줘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말이 참 안타깝다. 또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확대 적용돼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이라고 가르치는 교육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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