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칼럼
누구를 위한 대학문화인가

얼마 전 타 대학의 고학번 선배들이 후배들을 교육한다는 명목 하에 신입생 행동 규정을 만들어 이행을 강제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대입 전부터 멀게만 느껴졌던 이야기가 이번에는 더 가깝게 느껴졌다.

행동 규정에는 선, 후배 간 인사법과 복장 규정, 훈련 도중 금지 사항, 술자리 예절 등 군대가 그려지는 문화들이 포함돼 있다.

관등성명 식의 인사는 기본이며, 같은 수업 강의실에 만약 선배가 있으면 선배보다 앞에 앉아야 한다. 수업이 끝나고는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가 선배에게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이 후배들의 가장 기본이라고 한다.

술자리에서는 더욱더 빈틈이 없다. 선배에게 술을 따를 때는 컵의 3분의 1 정량을 따라야하며, 술을 거절하면 그 날로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 이 말고도 많은 규정들이 갓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 대학의 선배들은 정작 이를 두고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자랑스러운’ 전통이 이렇게 비판적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본인들은 여전히 자랑스러운지 의문이다.

특정 학과의 학과장 설명도 가관이다. ‘선배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과 특성상 기초체력이 필요한 1~2학년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다’며 매주 두 차례씩 저녁에 3시간가량 선배들의 감시 아래 혹독한 체력훈련을 받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 목적상 필요하다면 정규 교육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규율잡기 행태로 진행하면 그 누가 긍정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나. 이런 문화 속에서 새내기들이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직접적인 신체폭력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하지만,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 후배들에게 부당한 억압을 가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상하관계를 이용해 갑질하는 문화를 떠오르게 한다. 이런 문화에 물든 학생들은 결코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인재도 아닐뿐더러 복수심만 키울 뿐이다. 그 복수심은 또다른 복수를 낳게 되고, 악순환만 반복되게 된다.

잘못된 전통을 아무런 비판 없이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하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만 하는 대학도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제는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신문기자들이 취재 목적으로 학교를 방문하면, 후배들에게 또 다른 지시사항을 내려 재갈을 물린다.

왜 대학은 가만히 이를 가만히만 지켜보고 있는가. 그렇게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학생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 학교의 위상을 높여야지, 오히려 학생의 지성을 썩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학은 ‘자랑스럽다’고 하는 악, 폐습을 정말 옳은 것 마냥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진짜 자랑스러운 길의 이정표가 돼야할 것이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것 같다. 더 이상 새내기들의 순수한 기대를 공포로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김태완 편집국장 beeorigi@changwon.ac.kr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