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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어주세요…잊힐 권리를 주장하다
정보로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한 적이 있는가? ‘인터넷은 절대 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정보들이 인터넷에 새겨지고 있다. 이전에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졌던 정보가, 이제는 검색을 통해 누구나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터넷에 검색되는 자신의 정보를 지워달라는 ‘잊힐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생겨났다.
 2010년, 스페인의 어느 변호사는 구글 검색 도중 10여 년 전의 자신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다. 그 기사는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자신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내용이었고, 현재는 빚을 다 갚아 형편이 나아졌으니 이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스페인 당국은 기사는 그대로 두고, 관련 링크를 없애라는 판결을 내렸다. 구글은 이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고, 최종 결과는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된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 삭제의 의무가 있다”였다.
 현재, 유럽은 프라이버시 보호,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유럽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의 행사에 대해선 어떤 공공당국도 개입해선 안된다는 법률을 근거로 들며 잊힐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권리를  악용해 중요한 범죄 기록이 사라질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논거로 활용된다.그에 반해 미국은 모든 사람은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가지며, 검색 결과가 관련된 자료들을 검열하여 내보낸다면 정보접근권이 훼손된다고 잊힐 권리를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누리꾼들 또한 잊힐 권리에 대해 뜨겁게 찬반토론을 벌이고 있다. 잊힐 권리를 인정하게 되면, 예를 들어 성범죄자 교육감 후보가 낙선을 했을 때, 언론이 잊힐 권리를 침해했다고 배상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잊힐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것을 침해받았을 때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 세상에 보관돼 있는 개인정보를 지울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잊힐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들 어린 시절 싸이월드나 버디버디와 같은 SNS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기록한 역사가 있을 것이다. 현재 발견하게 된다면 오글거리고 부끄러운 흑역사. 그런 정보를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선 매우 반가운 권리지만, 중요한 정치적 문제나 범죄가 잊힐 수 있다는 점에선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이 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잘 설정한다면, 아주 유용한 권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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