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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느낀 최책감우리들이야기

 얼마 전, 나는 평소처럼 오후 강의를 들으려고 학교에 왔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강의가 시작되지 않았다. 곧 과대의 휴강이라는 말과 함께 강의실은 해산분위기가 조성되었고 하나, 둘씩 돌아갔다. 나는 오후 마지막 강의가 휴강되었다는 사실을 순수하게 기뻐하며 강의실을 나서는데 친한 친구 몇이 나를 붙잡았고, 그대로 학교 근처 PC방으로 직행하게 되었다. 집에 가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잠시뿐, 금세 게임에 빠져 노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빠져 놀았던 걸까. 시간이 너무 지났고 밖은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버렸다. 결국 집에는 친구들과 공부하느라 늦게 간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옷에 밴 담배냄새, 줄어버린 용돈 때문에 언제 들통 날지 모를 일이라 조마조마했다. 결국 친구 하나가 담배피고, 같이 밥 먹느라 돈을 썼다고 거짓말로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날 밤, 오랜만에 느낀 그 기분은 틀림없는 죄책감이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것을 숨기려다가 원래 받았을 벌보다 더 큰 벌을 받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일 이외에도 결코 떳떳하지 못한 일이 많았다. 아직 20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나는 그 20년 동안 꽤 많은 일을 했고, 분명 그중에는 내가 잘못한 크고 작은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덮으려 애쓴 적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살아가면서 떳떳하지 못한 일 하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떳떳하게 살아야한다’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확실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자 자기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 중 대부분이 자신을 절제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주 쓰이는 속담 중 하나인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말을 보면 ‘도둑질을 하면 안된다’라는 사실 보다 도둑질보다 그것을 숨기는 사실이 더 어렵고 큰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세모꼴의 양심이 닳아서 동그라미가 되어 아프지 않게 되는 것처럼, 잘못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가 ‘인정하지 않는다’가 되는 것이다. 쥐난 다리를 내버려두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 덮어버린 잘못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잘못을 덮는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도둑질 자체를 더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문제라고 본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은 없다고 사람도 바뀌리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성악설을 믿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악한 인간의 성격이 선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바뀌면서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하천경/공과대, 산업시스템공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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