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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아닌 눈으로 담아보는 아름다움우리들이야기

 겨울이 성큼 다가선 캠퍼스에는 단풍으로 곱게 물든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길을 가로막고 사진을 찍는 그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다가 혹여나 사진에 방해가 될까 가던 길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미안한 듯 잠시 웃어 보이는 사람들을 속에서 무심코 지난 여름, 경암동에서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8월 말 쯤 카메라와 배낭만 둘러매고 홀로 떠났던 여행에서 우연히 군산이라는 곳에 갔던 적이 있다. 그 곳에는 사람들이 경암동 철길마을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었다. 군산역에 비치된 안내책자에서 보고 무작정 찾아간 그 곳은 참 묘한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이열횡대로 마주보며 길게 늘어선 판잣집, 그 사이를 시냇물 흘러가듯 기찻길이 있다. 기찻길과 바로 붙어 있는 판잣집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다. 이 철길은 군산의 신문용지 제조업체가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다. 한때는 기차의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활기찬 소리가 가득했으나 이제는 기차는 달리지는 않고 사람들만 살고 있다. 기찻길에는 빨간 고추들, 한 편에는 빨래들이 걸려 있는 풍경이 그 흔적으로 남아있다.

 그곳에서 나는 당연한 듯이 카메라를 들고 그 풍경을 담고 있었다. 땀을 잔뜩 흘리며 사진 찍는 것에 열중하는 그 때, 지나가던 한 주민이 내게 푸념 섞인 한 마디를 던졌다. “더운데 뭐 하러 사진 찍는 다고 그 고생이래? 이제 기차도 안다니는데” 멋쩍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또 다른 무리들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민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그 따가운 시선이 마음에 걸려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 나왔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보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익숙한 풍경이 돼 버린 것 같다. 캠퍼스에서 사진을 찍던 그 사람들처럼 말이다. 특히나 주말이면 카메라를 멘 젊은이들이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보면 경암동에서의 불편했던 시선이 떠오른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 때마다 조심스러워지곤 한다. 

 그 아름다운 풍경은 그 곳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삶의 공간에 불쑥 들어와 한 마디 양해도 구하지 않고 신기한 구경거리를 대하듯 다짜고짜 카메라부터 들이미는 이방인들이 반가울리 없다.
여전히 나는 어디론가 떠날 때 버릇처럼 카메라를 손에 쥐곤 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든 많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무례하게 카메라를 들이대지 말라고. 한번쯤은 눈으로 담는 풍경들도 아름답지 않겠냐고.

 올 겨울에는 카메라라는 도구 없이 홀가분히 여행길에 나서봐야겠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느끼길 기대하면서. 

김주연/사회대, 법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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