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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부입법'한 교육과학부세상읽기
 지난 달 28일, 교과부는 서울대를 법인화하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서울대 법인화법’)을 입법예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서울대 법인화법을 제정한 것은 처음으로 현 정부가 서울대 법인화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과부가 작성한 서울대 법인화법에 대한 여론은 비난 일색이다. 다른 국립대 법인화 추진 시에는 없었던 파격적 재정 지원과 특례 보장으로 서울대만을 위한 입법을 했다는 항의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타 국립대들의 반발은 당연지사다. 더욱이 이번 교과부 법안은 서울대가 지난 달 초 자체적으로 작성한 법안과 토씨만 다를 정도도 똑같아 교과부가 서울대를 대신해 청부 입법을 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사고 있다.

 추진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공유 재산과 재정 지원에 관한 중요 사항인데, 부처 협의를 하지 않고 입법 예고”했다며 “지금 교과부 안은 있을 수가 없는 법안”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대 내에서도 구성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달 초 확정해 교과부에 제출한 법인화법안을 지금까지 구성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과부가 이토록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서울대 법인화법을 입법예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 정부는 국립대 법인화의 물꼬를 서울대 법인화로 트려는 노림수를 둔 것이다. 서울대가 법인화하면, 서울대보다 먼저 법인화법을 제출해 놓고 있는 인천대가 법인화할 것이고, 이에 대규모 국립대학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순차적으로 법인화에 나서리란 생각이다.

 지방 소규모 국립대학들은 법인화하면 해산될 것이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규모 국립대학들은 퇴출되지 않기 위해 대규모 대학과 자발적으로 흡수 통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계산 하에 정부는 지난 달 3개 이상 국립대 통합 후, 단일 법인화라는 국립대 통폐합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당장 법인화하는 대학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법인화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기에 느긋하게 국립대는 통폐합과 법인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속셈이다.

 이 구상은 ‘서울대가 법인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는 특혜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서울대 법인화에 주력하는 것이며, 서울대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다른 국립대의 처지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특권을 보장받고자 한 것이다.

 교과부는 법인화하는 국립대에는 서울대와 같은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모든 국립대에 서울대와 같은 지원을 할 생각이었다면 암거래하듯이 서울대 법인화법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 지원을 줄이고 국립대 스스로 자립하라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사업 아닌가. 재정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면, 법인화 후 재정지원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재정지원 후 법인화해야 옳다. 그것이 국립대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합심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상식 밖의 뒷거래로 얼룩진 서울대 법인화법은 폐기해야 하며, 국립대 법인화에 앞서 국립대 발전 계획을 내오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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