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사설
어느 멋진 하루
  • 구연진 기자
  • 승인 2016.04.06 09:57
  • 호수 0
  • 댓글 0

2012년 봄. 어느 멋진 하루였다. “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싣고 싶습니다.” 당찬 새내기는 면접관인 편집국장의 눈에 들었고 곧 사람면에 배치받아 1년간 그가 원하던 것을 원 없이 경험할 수 있었다. 첫 취재, 첫 인터뷰, 첫 기사. 그의 이름을 건 첫 호까지. 그의 멋진 날은 2014년 겨울에 퇴사하기까지 3년간 이어졌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그 당돌한 새내기는 나다. 나는 아직도 2012년 여름을 기억한다. 햇살이 따갑도록 내리쬐는 날이었다. 기획기사 취재를 위해 마산야구장으로 수습기자 모두가 출동했다. 한 손엔 치킨, 다른 한 손엔 운동장 반입이 가능한 주류. 눈에는 선배 기자를 담고 우리는 어미 닭을 쫓는 병아리처럼 일렬로 졸졸 따라갔다. 구매한 좌석은 자유석. 여름 땡볕은 그늘 속에 있던 우리를 찾아내 그 열기를 무섭게 퍼부었다. 그날은 당시 2군이었던 NC다이노스의 경기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선배 기자는 우리에게 할 일을 알려줬다. 어색하면서도 두근거리던 그 느낌을 기억한다. 아마 내 동기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동기뿐일까. 내 앞의, 내 뒤 기수 기자들 역시 그들 각자의 첫 취재, 그 두근거림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에게 ‘취재’란 그저 ‘취재’가 아니었으니까. 우린 그렇게 어느 멋진 하루를 기억한다.

어느 멋진 하루는 그날만이 아니었다. 그때에는 살인적인 취재·편집 일정과 비협조적이던 인터뷰 대상자들, 맘대로 따라주지 않던 편집 프로그램 같은 것들 때문에 멋지다고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매일이 있었다. 하루가 지나면 “어휴 벌써 마감이야?”하는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가편집을 끝내면 동료와 선배 기자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그렇게 부담스러웠다. 작성한 기사에 매 교열시간, 빨간 지렁이가 구불구불 기어가면 제발 이 시간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다. 학생 기자가 되고 싶다고 제 발로 찾아왔던 그 어느 멋진 하루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한 호, 한 호를 의무적으로 채워갔던 시간도 분명 있었다. 그게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 모르고 아깝게 그냥 흘려버렸다. 하지만 그 날들도 역시 멋진 하루였다.

창원대신문이 어느덧 600호를 맞았다. 창원대신문은 그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판에서 그보다 훨씬 작은 타블로이드판으로. 타블로이드판에서 살짝 더 커진 베를리너판으로. 지면편집도 유행따라 달라졌다. 아마 앞으로도 창원대신문은 계속 변할 것이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 신문을 만들어온 선배, 동료, 후배 기자들의 멋진 하루일 것이다. 비루한 내 글을 읽으며 현직 창원대신문 기자들이 그들의 멋진 하루를 나처럼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고 멋진 하루라고 생각해주고 멋있게 일했으면 좋겠다.

정재흔/제38대 편집국장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연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