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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올바른’ 역사해석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국가와 시민사회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고시를 강행했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시민불복종을 선언하는 등 역사전쟁이 전면화 되고 있다. 핵심쟁점은 국가가 역사 서술을 주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나아가 현재의 검인정교과서들이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면, 국정화가 목표로 하는 ‘올바른’ 역사서술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정부는 현행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강조하며,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국가에 의한 역사 해석의 ‘올바름’은 누가 판단할 것이며, 만약 국정교과서에 이념적 편향성이 있다면 누가 어떻게 교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불가피하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들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이 아니다. 어떤 사건을 역사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그 사건에 부여한 ‘의미’다. 어떤 사건과 행위들의 ‘의미’는 각 시대의 맥락과 과제, 개인들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현실은 복합적이고 총체적이지만 인간의 인식은 부분적이기 때문에, 사건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하나의 정치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해석과 관점들을 하나의 집합적 기억으로 조율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역사적 사건의 의미와 인과적 추론의 타당성, 역사적 행위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 다양한 관점들 사이의 토론과 잠정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합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꼼꼼한 검증과 비판적 토론, 공론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비판적 토론에 열려져 있다는 점에서 ‘잠정적’ 합의이다.

만약 국가가 특정한 역사해석의 ‘올바름’을 보증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가진 권력, 힘에 기초한 것이지 이성적 판단과 비판적 검증을 통한 합의일 수 없다. 국가가 편찬하는 역사는 편향과 오류가 없고 ‘올바르다’는 사고는 사실 국가주의에 다름 아니다. 국가가 어떠한 ‘올바른’ 역사 해석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명령하고 국민의 정신과 의식을 국가의 목표에 맞게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주의는 현대사회의 다원주의와 충돌한다.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하고 특정한 국가정체성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적 판단과 자유로운 토론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는 동안, 일본정부는 역사를 재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비판적 검증과 역사적 평가가 종결된 사안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서 집요하게 재해석을 시도하는 것은 국가권력을 장악한 지배집단의 정체성과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는 이해될 수 없다. 권력의 의도는 공히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희석하겠다는 것, 자신에게 불리한 역사적 사실을 해석의 문제로 중립화하고, 불리한 사실을 축소해 과거를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역사란 기억에 대한 통제이며, 과거는 현재의 필요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권력이 기억을 통제하고 과거를 변조할 수 있다면, 미래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역사적 과오와 책임은 망각되며, 지배는 정당화된다. 권력은 그렇게 작동하고 복종은 습관화된다.

국정교과서가 그것만 암기하면 되는 경전이 된다면, 학생들은 다른 생각을 할 필요 없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가 될 필요 없이, ‘가만있으면’ 되는 것이다. 역사나 진리는 누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타자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조 효래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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