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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토론문화

미국에서 두 차례 파견교수로 근무하며 미국대학의 강의에 청강을 하며 인상깊게 느낀 점은 강의시간에 학생과 교수와의 질문과 답변이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었다. 강의 중에 학생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며 자신의 의견과 교수의 의견이 다를 경우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며 때로는 맞부딪히기도 하는 모습은 문화충격으로 와 닿았다. 강의실에서 질문과 답변은 일상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참여를 통해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매우 역동적이었다. 비단 선진국 교육뿐만 아니라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인턴학생을 3개월가량 지도하면서 느낀 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궁금해 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지도교수가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질문을 하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은 한국의 학생들과 많이 다른 점이었다.

최근 모 일간지의 조사에 의하면 강의 중 토론참여 경험이 전혀 없는 미국의 대학생은 약 2%에 답하는 반면 한국 대학생의 경우 29%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비교하여 압도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토론문화를 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에서는 빠져있으나 교수와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경우는 더욱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유유서라는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와 입시중심의 문제풀이와 이른바 정답찍기식 교육체제하에서 수년간 익숙해진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에게 문제를 풀고 답을 찾는 과정은 익숙한 반면, 스스로 문제를 제시하고 주위사람들과 토론하고 논쟁을 벌이며 해결과정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어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 과학기술과 인류의 이성은 진보해 왔다. 상대성이론과 함께 20세기 과학적 성취 중에서 가장 큰 발견인 양자역학에 대해 솔베이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벌인 논쟁이 유명하다.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솔베이 회의에서 물리학계의 거두인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양자 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에 대해 한 치의 양보없는 공격과 방어를 통해 양자역학의 해석을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양자 역학이 가지는 확률론적 세계관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아인슈타인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이 이론을 공격하였으며 보어는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양자 역학을 방어하였다. 보어의 이론은 이 논쟁을 주도한 아인슈타인의 공격에 의해서 더욱더 체계적이며 확실한 이론으로 발전해 왔다.

장유유서라는 전통적인 윤리규범은 진리탐구라는 대학의 강의실에서 적용될 규범은 아닌 것 같다. 대학의 교원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수강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는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이 바람직할 것이며, 과거와 같은 권위로서 학생과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의 멘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강의실에서 늘 질문과 토론이 봇물 터지듯 터지고 새로운 이론과 반론이 나오는 살아있는 강의실이 되기를 바란다.

 박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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