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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사태를 다시 생각한다

두 해전 남양유업은 한 직원이 욕설과 회사와 대리점 간의 밀어내기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다. 회사 측에서는 실적을 위해 영업사원을 압박하고, 영업사원은 또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 대리점주에게 물량을 밀어내는 식의 영업행태가 문제가 됐던 것이다. 녹취를 통해 공개된 밀어내기 구조를 본 국민들은 ‘갑’질에 분노를 느끼며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쌍한 ‘을’이었던 대리점주를 악인 ‘갑’으로부터 구하고자 시작된 불매운동으로 인해 남양유업은 여전히 건재한데 반해, 수많은 대리점이 망하는 사태를 낳았다.

이 때는 마침 필자가 수습기자였을 때로, 세상이 온통 그 소식으로 떠들썩해 사실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동네슈퍼에 들렀을 때 마침 남양유업 제품을 납품하는 분이 계셔서 어떻게 된 일이었는지 들어봤다. 사회는 기본적으로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남양유업 뿐만 아니라 당시 모든 회사들이 밀어내기가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관행이었다.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회사는 보다 더 높은 수준을 늘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밀어내기는 영업 전략중의 하나로 소비자가 특정 물건을 사러 왔을 때, 그 물건이 다 팔려서 없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재고를 좀 더 남겨두는 전략이다. 언제나 똑같이 물건이 팔리는 것은 아니니 다 팔릴 때도 있고, 덜 팔릴 때도 있다. 당시 밀어내기가 대리점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은 시장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서 재고가 자꾸 더 내려왔기 때문이다.

밀어내기와 같은 그런 치열한 경쟁을 통해 효율적으로 생산되고 분배된 제품은 고객에게는 보다 싼 값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대리점주들의 고혈을 빨아서 된 것이었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정말 그랬을까. 기본적으로 그들은 모두 상인이다. 돈이 안 되는 일을 손해를 봐가면서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남는 게 없다는 과일장수의 말 만큼이나 농담 같은 일이다.

당시 남양유업 대리점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상인들은 돈이 되기 때문에 장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또 남양유업이 장사를 잘했기 때문에 장사가 어려웠던 특정 대리점을 제외하고는 수익도 괜찮은 편이었다. 밀어내기로 많은 대리점들이 힘들어하긴 하였으나 판매보조비를 지급하는 등의 고통분담이 있었다. 상호간의 납득할 수 있는 거래가 아니면 그만두면 되는 관계다. 장사가 잘되는 대리점에 가서도 영업사원이 갑이었을까? 아니다. 그들에게는 남양유업이 을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남양유업과 대리점은 일반적인 갑을 관계로 규정할 수 없다. 사회 일반도 마찬가지다. 갑을이 영원한 관계이던가. 돌고 도는 세상이다.

선한 약자인 ‘을’을 구하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수많은 ‘을’을 죽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때 그 분께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는지를 물으니, 아이러니하게도 남양유업제품을 더 많이 사줘야 지금 어려움에 처한 ‘을’들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뒤로 한참동안이나 불매운동이 끊이지 않았지만, 늘 타도의 대상인 ‘남양유업’ 제품을 구매했다.

진실은 이처럼 아이러니하고 우리의 기대와 전혀 상반된 모습으로 종종 나타난다. 두 상인간의 갈등에 ‘사회적 정의 실현’이란 이름으로 정죄에 나섰던 공정위원회도 사법정의에서 패소했다.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부과한 124억 중 119억이 취소된 것이다. 마녀사냥은 21세기에도 행해진다. 선한가면을 쓰고서 정의를 부르짖으며 무지로 위장하고서 시작된다. 요즘은 한 가지를 더해 ‘사회적’이란 별명도 달고 나타난다.

손경모 기자 remaist@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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