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벌점제에 들어보았는가? 소방관 벌점제란 전치 4주 미만 부상사고 발생시 훈계, 4주 이상 부상이나 사망 사고가 나면 경징계, 세 번 이상 반복될 경우 파면과 해임 같은 중징계를 받는 ‘안전수칙 위반자 벌점제’를 의미한다. 혹자들은 소방관 벌점제를 다른 공무원들에게 시행되고 있는 성과제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동료가 죽어도 자신의 벌점을 걱정해야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어떤 소방관이 환자를 구조하기 위해 불 속에 뛰어들겠는가?
 지난 2월에는 고(故) 윤영수 소방장이 화재 현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고(故) 윤영수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김정함 포천소방서장이 오열하며 마지막 경례를 하던 모습은 영결식을 보던 시청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듯이 최근 소방관들의 순직사고가 발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4시간 2교대를 실시하는 살인적인 근무환경, 낮은 월급, 낮은 국비지원으로 인한 인력과 장비 부족이 바로 그 이유다. 미국 소방관들의 연봉과 24시간 근무 후 48시간을 쉬는 근무환경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우리나라의 소방관들이 혹사당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말한다. “우리가 미국 소방관들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돈도, 근무환경도 아닙니다.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이죠”
 얼마 전 물에 빠진 환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소방관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아무리 사람을 구한다지만 자기 목숨 아까운지 모르고 뛰어드는 게 순직이냐? 자살이지”라는 글이 게재됐다. 이러한 사람들의 잘못 인식이 소방관 벌점제보다 연봉과 근무환경보다 소방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무력감에 빠져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 소방관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 소방관들은 어떠한 출동을 하더라도 짜증나지 않습니다. 출동을 하면서 큰 일이 아니기를, 장난이었기를 더 바랍니다. 더 많은 연봉과 칭찬을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국가직으로 전환되어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보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저희는 좀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입니다”
 어지러운 세상에 나와 큰 공을 세운 사람을 일컬어 영웅이라고 한다. 그럼 난세가 아닌 평화로운 세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타인을 구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영웅이 아니다. 우리의 존경을 받아 마땅할 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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