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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삼색 #03 <촌마게 푸딩> 문자경(일어일문 13), 하건호(일어일문 09), 박세윤(일어일문 11)을 만나다‘혼자’가 익숙해지는 지금, ‘함께’를 외치는 사람들
▲왼쪽부터 문자경(일어일문 13), 하건호(일어일문 09), 박세윤(일어일문 11)

우리는 참 많은 사람들과 만난다. 하루에도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꽤 낯설다. 아마 대학에 막 들어와서 가장 적응되지 않았던 것은 몇 배로 커진 학교와 사람들, 그리고 그 낯설음이었을 것이다. 하루의 절반을 함께하며 입시전쟁을 같이 넘어온 끈끈함이 없어서일까? 한 취업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의 74.9%가 스스로를 나홀로족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조별과제가 가장 두렵고 단체생활의 의미를 잊어가는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 도전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더위와 ‘라온하제’의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24일, 하건호(일어일문 09), 문자경(일어일문 13), 박세윤(일어일문 11) 씨를 만났다. 같은 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그들의 공통점은 지난 9월 8일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제13회 일본어 연극제에 출전한 19명의 한 팀이라는 것이다. 이 대회에서 우리대학 일어일문학과 팀은 <촌마게 푸딩>으로 출전해 4회째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촌마게’란 에도시대 일본식 상투를 뜻하는 말로, 직업을 얻기 위해 소원을 비는 에도시대 사무라이가 주인공이다. 사무라이가 소원을 빌던 중, 아들을 키우며 사는 현대 싱글맘 앞으로 시간이동을 하게 돼 파티셰로서의 재능이 드러나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그 해에 일본어 연극제에서 우승을 거둔 팀은 다음 해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유일하게 2번 출전한 주연 사무라이 역의 하건호 씨는 “2009년, 1학년 때 세 마디 대사의 단역을 했었는데 올해는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오디션을 구경하러 갔다가 돌아왔는데 연출분께 전화를 받았죠. 느낌이 딱 왔어요. 그렇게 주연으로 캐스팅이 됐어요” 라며 말로만 듣던 ‘오디션에 놀러갔다가 캐스팅된’ 일화를 전했다. 이번 년도에 3학년으로 편입을 해 처음 출전했다는 싱글맘 역의 문자경 씨는 “4학년이 되면 여건상 힘들 것 같아 사실상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나가게 됐어요. 처음이라 부족하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싱글맘의 아들 역을 맡은 박세윤 씨는 “1학년 때는 기회를 놓쳤고 2학년은 휴학으로 하지 못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하지만 6개월 동안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몸짓을 만들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먼저 주말이나 방학 중에도 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었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여유도 부족했다. 연기와 연출 모두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고, 분장과 소품은 물론 의상의 경우에도 학교마다 수소문을 해 구해야 했다. 문자경 씨는 “특히 재정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라며 “무대 중 대나무가 나오는 부분은 직접 대나무를 꺾어 제작했고, 오랜 기간 연습을 하다 보니 매 끼 챙겨 먹어야하는 식사가 가장 큰 부담이 됐어요. 결선 전날에는 모텔에서 침대 하나에 여러 명이 겨우 잠이 들었던 일도 있었어요”고 덧붙였다.
익숙한 우리말로 해도 생전 해보지 않았던 연기를, 그것도 조금만 달라져도 바로바로 눈에 들어오는 좁은 소극장에서의 연기를, 외국어로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문자경 씨는 “일본어를 나름대로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발음, 악센트, 제스처 등 우리말과 차이를 몸소 느끼며 아직 많이 모자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드레스, 구두 등 화려한 소품과 무대가 사용된 다른 팀과 달리 학생들이 발로 뛰어 마련한 작품은 비교적 소박했다. 일본어를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화려한 쪽이 더 잘한 것 같다는 평가를 들었을 때는 속상하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우승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그들은 입을 모아 원어민 선생님께 발음과 악센트를 차근차근 교정하며 ‘일본어 연극제’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것이 우승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함께'의 의미
힘들고 지쳤었던, 하지만 그 계단을 모두 딛고 우승에 올라선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가장 큰 것으로 사람을 얻었다고 했다. 같이 땀 흘려 무대를 일군 배우와 스텝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었던 다정한 모습의 교수님들, 곁에서 바라봐주고 응원해준 학과 학생들까지.
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도 얻었다. 문자경 씨는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지만,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채 흔들리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자기소개를 할 때 많이 하는 말인데, 제 이름에는 일본의 J와 한국의 K가 모두 들어가거든요. 두 나라를 잇는 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고 뚜렷한 목표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건호 씨는 “두 번의 일본어 연극제에 나감으로써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됐어요. 돈을 잘 벌지 못하더라도 제 전공인 일본어를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구체적인 사항은 꾸준히 생각하는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박세윤 씨는 가장 인상 깊었던 일로 “연극은 맨 마지막 12장에 단 한 장면 나오는 인물이라도 처음부터 기다렸다가 연기를 하는데, 연습을 하다가 한 사람이라도 잘못하면 모두 피해를 봐요. 그렇게 주연, 조연 상관없이 모두가 중요해요. 저희가 우승을 하고 상으로 일본 연수를 3명 갈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것도 사다리타기로 정했어요. 모든 사람이 다 중요하고 들인 시간과 노력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라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4년만에 나갔기는 했어도 이 대회에서는 ‘창원대학교’라는 이름이 꽤 유명해요. 4회 동안 우승하기도 했고, 이번에도 꽤 강력한 우승후보였어요. 매번 나가는 학생도 달라져도 ‘창원대학교’는 많이 알고 있어요. 학교 인식도 좋고요. 그런데 정작 우리 대학 학생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라며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라고들 하지만, 아직은 결과를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확신할 수 없는 긴 도전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사라져 버리는 것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일까. 우승을 했던 쾌감과, 막이 열리기 전 함께 외쳤던 파이팅의 외침, 모든 연기가 끝이 나고 박수를 치던 그 때 그 날에 의미는 존재한다.
‘혼자’에 익숙해지는 우리들. 삶은 결국 혼자 사는 거라는 말도 있지만, 나의 슬픔 또는 자신의 기쁨을 나눠줄 그런 사람들도 물론 필요하지 않을까. 너도나도 ‘혼자’를 외치는 74.9%의 나홀로족 사이에서 아직 ‘함께’를 잊지 않은 그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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