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전공 학부 학생회실의 모습

 2009학년도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자율전공학부를 새롭게 내 보였는데, 여기에는 우리대학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대학은 작년까지 존속하던 각 단과대의 학부제를 대부분 폐지하고, 자율전공 학부를 신설하였다. 이제 만 1년을 채워가고 있는 자율전공 학부는 많은 논란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대학 봉림관 2층에 과 사무실과, 학생회실(과방)을 두고 있는 자율전공학부는 왠지 모르게 조용했다. 이곳에서 만난 소속 학부생 4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대담자: 김영훈(인문 자율 09) 김창림(인문 자율 09)
  안은정(인문 자율 09) 이원호(인문 자율 09)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인데, 자율전공학부를 택한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김영훈 : 처음 신설된 만큼 문제점이 많았다. 우선 선배가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그리고, ‘학교가 우리에게 무관심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지원이라든지 뭐 이런 것들이 참 아쉽다.

 김창림 : 1년간 생활해보니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더라. 단점은 시급히 보안해야 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우선 대학생활의 첫 경험은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선배들이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새터가 궁금하다. 

 김창림 : 어느 정도 친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터를 갔다. 죄다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이였기 때문에 대학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끼리 무엇인가를 즐기기가 참 어려웠다. 지금은 그때를 생각하면 참 우습지만, 뭔가 그때는 기억에 아무것도 한게 없이 흐지부지하게, 밋밋하게 끝났던 것 같다.

 안은정: 나 같은 경우는 새터를 안갔다. 선배가 있어서 가자고 했으면 갔을텐데 선배도 없었다, 조교선생님의 가고싶으면 가고 아니면 말고 식의 말 때문이었던 것같다. 딱 한번인 새터를 안가서 아쉬움도 남는다.
좋다. 새터의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 학교생활로 들어가보자 처음 입학했을 때의 기분. 어땠는지 궁금하다.

 안은정 : 음.. 눈앞이 캄캄했다 해야 하나? 뭔가 아는게 없었다. 수업은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학교에 무슨 건물이나 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줄 수 있는 선배가 없었다. 

 김영훈 : 입학한 후부터 자율전공학부에 대해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었다. 담당교수를 정해준다는 처음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입학 직전 시간표를 짤 때 다른 학과 애들을 보니 선배가 이것저것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정말 부러웠다. 

 이원호 : 글쎄? 나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표를 내가 스스로 짜니 뭔가 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1학년이고, 전공수업이 없다보니 큰 부담감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김창림 : 음.. 나는 수업 들을 때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 참 힘들었다. 자율전공학부 자체가 어쩌면 자율. 즉, 스스로 하자는 것이 주 취지이긴 하지만 정말 기본적인 지원들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정말 컸다.

입학 이후 가장 처음 만나는 큰 행사는 단연 운동회라고 할 수 있다. 5월에 치러진 운동회. 어땠나?

 안은정 : 안 좋은 추억, 좋은 추억이 모두 공존한다. 단대가 없는 우리 사정상 대운동회 예선같은 것을 치룰 수가 없었고, 단대 체전도 없어 아쉬웠다. 뭔가 우리만 홀로 버려진 느낌이랄까? 대운동회도 참가를 안 할 뻔 했는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서 참가를 했다. 학교가 우리에게 신경을 안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몇가지 종목에 참가를 하기는 했는데,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안은정 : 그때 천막도 없어서 다른 과에서 빌렸었다. 

 김창림 : 아. 그때 어느 과 선배들이 우리를 잘 챙겨 줬었는데 참 고마웠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창림 : 허무한 첫 대학 체육대회였다. 처음에는 예선 같은게 있는지 몰랐었다. 상대 건물에 학과별로 축구 대진표가 있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뭔가 아는게 하나도 없는 우리가 뭘 알고 참여를 하겠나? 그런 면에서는 선배라는 존재가 참 아쉬웠다. 반면, 선배가 없어서 좋았던 것도 있었는데 다른 학과의 친구들을 보면 선배들이 이것저것 일을 하라고 강요하더라. 그 친구들을 보면 체육대회를 즐긴다는 느낌을 못받았다. 반면 우리는 스스로 알아서 자율전공학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율적으로 했다. 

인터뷰 도중 안은정 학우가 보라고 이야기 한 경고문

대학 생활하면 MT를 빼놓을 수가 없다. 설마 MT도 마냥 새터같이 흐지부지 하게 보냈었나?

 안은정 : 진행 프로그램을 우리끼리 짰다. MT를 가본적도 없는 우리가 2박 3일간의 일정을 스스로 짜야만 했다. 짜는데 참 힘들었다. 

 김창림 : 선배가 있는 학과를 보면 반 강제적인 음주문화가 엄연히 존재하고, 선배들이 요구하는데로 행동 해야 하는데, 우린 다들 같은 학년이니까 서로 의견을 존중해 줄 수 있었고, 술 먹든, 먹지 않든 그런 것들은 개인의 자율에 맡겼다. 하지만, MT때 선배들이 있었더라면 분위기라던가 아이들과의 단합등을 잘 이끌어 주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선배의 부재가 조금 아쉽다.

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

 김창림 : 선배가 없으니 시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선배가 있었더라면 교수님의 성향, 시험 방식 등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안은정 : 시험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준비하려니 답답했다. 교양은 족보가 중요한 것 같다. 근데 선배가 없어 족보를 구할 수 없었다. 족보만 있으면 시험 잘 칠것 같은데.. 

 이원호 : 나는 전공과목이 없다보니 부담 없이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룰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곳이 매우 시끄러워서 경고문을 발송하고, 일시간 과방을 폐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 그리고 그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다.

 김창림 : 그때 당시 나로서는 이해가 안됫다. 21호관 상대에 과방만 있는 복도를 한 번 가봤는데, 거기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더라. 정신이 없었다. 그곳에 비하면 이곳은 정말  양반집이다. 너무 조용하다. 사무실과 마주보는 곳이기 때문에 조금만 시끄러워도 제약이 있다. 사무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시끄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끄러운 과방에서 노는 학우들이 부럽다.

 안은정 : 초기에는 과방에 학생들이 많이 모이고 해서 지금보다 더 시끄러웠는데, 2학기 들어서 과방 폐쇄라던가.. 이런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그냥 여기 근무하시는 분들은 조용하게 살라고 하신다. 

 안은정 : 여기, 위에 붙은 거 한번 보세요(웃음)

 김창림 : 조교선생님께 과방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시끄러워도 이해해 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렸지만, 조교선생님께선 원래 과방이 조용한 곳이어야 한다는 말씀만 하신다(웃음) 그런데, 우린 정말 선배들이 밥 사준다고 밖에 나가는 일도 없고, 뭐 학교 앞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하니까 갈 곳이 없어서 다들 이곳으로 모인다.

이제 1년후에 들어오게 될 새내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김창림 : 워낙 체계적이지 못해, 동생들이 참 힘들 것 같다. 

 안은정  : 우리가 다른 과에 가더라도 우리가 있던 곳이기 때문에 후배들만큼은 좋은 것만 물려받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노력하겠다. 우린 첫 기수로 좋은 것 안 좋은 것 다 겪어 봤기 때문에 후배들이 좋은 것만 경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내년 새로운 학과에서 잘 적응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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