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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싶은 '청춘'


 감독을 만나기 위해 장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서울. 드디어 만나게 된 감독은 검은 옷을 입고 자신의 키 만한 피켓을 몸에 두르고 문화관광부 앞에 서 있었다. 그 더운 여름 낮 감독은 일인시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피소드 1.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의 역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독립영화 감독이라는 일을 하는 이유는 내게 이 일이 너무 매혹적이기 때문이예요. 나는 매혹적인 이 일을 개인의 행위로 끝내고 싶지않아요.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나라는 개인의 행위를 함께 공감하며 내가 제시하는 문제를 관객들이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서로 얘기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보람차기 때문이에요. 제일 중요한 것은 감독이라는 일을 하는 내가 너무 행복하다는 것이죠.”

 글로 써서 잘 못 느껴지겠지만 감독은 조근조근 아무 느낌이 없는 것처럼 자신이 이제까지 이뤄왔던 것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감독에게 이 일이 얼마나 매혹적이였으면 저렇게 미리 생각해 놓은 것처럼 말할 수 있을까? 또 감독이 말한 개인의 행위를 함께 공감하며 문제를 확장하게 만든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나는 내 작품이 사람들의 생각을 이끌어내게 하는 존재가 되었으면 해요. 어떤 문제에 있어서 양쪽의 입장이 옳고, 그르다로 판가름 하여 서로 다투는 생각을 하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것을 생각 했으면 해요.

 자신만 옳다고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하나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어요.

 그리고 그저 생각에만 머무는 것이아니라, 다른이들과 나누고, 같이 이야기 하며 실천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는 것이죠.

 관객들에게 발견과 질문, 그리고 제시를 하는것이 감독의 역할이라면 관객의 최대의 역할은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저는 믿고있어요.”

 '과연 감독답다'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것을 이끌어 내고 싶은지 어떤 것을 이끌어 내야 하는지 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자체가...

에피소드 2. 저항하다

 감독에게 물었다. 가장 힘든 때가 언제였냐고, 그러자 감독은 말했다.

 “사실상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해요. 정말이에요. 왜냐하면 지금 문화관광부가 내년부터 독립·예술영화 제작에 대한 직접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죠. 조금이라도 나오던 독립영화 지원금이 거의 사라지는 거와 다름없게 되었죠. 사람들은 말하곤 해요. 원래 지원이 없었으니 그 때처럼 지내라고... 그런데 그건 모르죠. 가난 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말하듯 원래 지원이 많지 않았으니까.

 근데 말이죠.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 독립영화계에서 이루어 왔던 많은 것들이 그 짧은 시간에 무너져버렸어요. 그 것이 문제가 되어버렸죠.”

 붕괴되었다. 감독이 쌓아오던 모래성을 문화관광부는 파도처럼 휩쓸어 가 버렸다.

 “원래 가난했어요. 이 독립영화계는... 슬픈 일이지만그건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무엇을 해도 안되는 구나라는 만연해버린 생각까지 하게 되어 버렸을 뿐이죠.”

 감독을 처음 만난 장소는 프롤로그에도 나와있듯 문화관광부 앞이였다. 감독은 그 더운 여름 낮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감독은 시련이 다가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감독은 아직도 저항하고 있다.

에피소드 3. 기다림

 감독은 경계도시2 촬영이 끝나고 개봉하기까지 7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7년의 시간은 감독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2003년부터 1년 동안 촬영을 하고 6년 정도 편집을 했어요. 사건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온 후에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당시의 상황을 거리 두고 생각하면서, 사건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어요."

 객관적으로 나타내야할 사회문제를 다룬 다큐에 나레이션을 넣을 때는 대부분 성우의 목소리를 넣는다. 그러나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를 넣었다. 왜일까?

 “아마추어의 목소리지만 저는 제 목소리를 넣고 싶었어요. 나의 목소리, 내 시점이라는 것이 영화 속에서 중요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내레이션을 쓸 때도 문장의 문제보다는 시선의 문제, 철학의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죠.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하는. 부분적으로는 굉장히 쉽게 썼고, 어떤 부분에서는 고심하느라 단어 하나를 선택하기가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를 통해 저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이끌어내게 할 수 있었어요. 그것이 저에게는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본 관객들이 감독이 전하려고 하는 메세지에 대해 생각할 때 감독은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는 힘이 난다고 한다. 역시 오랜시간 관객과 소통한 베테랑 감독다웠다. 그렇다면 감독의 처음은 어떠했을까?

에피소드 4. 멈추지 않는 이유

 “첫 작품이 상영된 뒤, 사람들의 평이 어떻게 나 오기 전에 나는 스스로 먼저 좌절을 겪었어요. 내가 보기에 나의 첫 작품은 정말 어색하고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어요.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겼거든요. 더 잘하고 싶다는 그런 오기요.

 경계도시도 촬영 이후 오랜시간이 지난 후 나온만큼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오기가 들었어요. ‘못해도 끝을 내도록, 적어도 마무리는 하도록 하자’ 이렇게요. 또 누구나 그렇듯 삶의 몸부림을 쳤지요. 특히 외부적인 요인보다 내부적 요인에서 많이.”

 이 감독에게 도대체 모자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포기를 하는 대신에 오기로 자신을 키우고, 더 나아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사람. 그런 감독이 다시 말을 잇는다.

 “나는 나만의 숙제를 하나 가지고 있어요. 하나하나 작품을 만들 때마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는 것이죠. 매번 똑같은 작품을 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생각 또한 한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성공이든 실패든 꼭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매번 실험중이기도 하죠.”

 감독만의 새로운 시도를 담아낼 차기작이 궁금하다.

 “차기작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몇 년전 부터 준비를 하고 기획을 하던 것이기도 하고요.”

 감독은 지금 ‘섬리산 마을’ 이라는 마을을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한다고 한다. 다시 걸음을 걷는 감독은 발로 뛰고, 현장에 다니고, 사람들을 만난다는 그 것 하나로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감독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대학생들에게 주로 나는 청춘에 관한 얘기를 하고는 해요.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몰두하는 것을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춘은 훔치고 싶을 정도로 빛난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망설임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그 힘. 그 힘은 정말 대학생들이 가져야 할 것 이라고 생각해요.

 힘들어도 내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 또한 내가 이 일에 미쳐있기 때문이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가 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맞춰 내게 매혹적인 일 대신 내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명예와, 돈을 주는 일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한다.

 독립영화를 보고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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