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세계
‘최고의 소통은 나눔이다’‘공연+참여+기부’가 함께하는 <카페 골고타>에서 최경수씨를 만나다

평소보다 한 정거장을 더 걷는다. 학교를 지나 도립미술관 앞 횡단보도를 건너 들어온 고요한 골목, 손으로 꾹꾹 눌러쓴 ‘카페’라는 노란 간판이 반갑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카페’. 넓지도 좁지도 않은 지하는 경쾌한 음악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소리로 분주하다. 몇 마디의 대화보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종이 한 장, “카페 골고타는 순이익을 기부하는 기부카페입니다. 티베트 난민을 돕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있는 ‘록빠’에 후원하며 월드비전 국내 어린이를 1:1 후원합니다”
대부분이 기부를 받았거나, 아름다운 가게에서 구매했다는 물건들은 손님이 그려줬다는 벽화와 직접 칠한 바닥, 인도와 티베트에서 날아온 색색의 수공예품들과 함께 썩 잘 어울렸다. “내가 있으면 손님들이 들어오시질 않는다”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도 사실 카페 골고타에 꽤 어우러지는 사람이었다.

최고의 한 잔, 대신
최경수씨는 현재 평일에는 회사에 출근한다. 본업도 아니고 회사에 다니면서 기부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일까.
“처음 흥미를 느끼게 된 건 4년 전, 크게 아프고 난 이후에요. 사람이 크게 아프고 나면 많이 변한다고들 하잖아요. 그 때,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티베트의 하늘 호수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티베트가 중국과 정치적 문제로 허가증이 필요하더라고요. 혼자 가려면 돈도 많이 들어서 여러 사람과 북경에서 만나서 같이 가게 됐어요. 그렇게 함께한 2주 동안 많은 것을 알았고 가장 큰 영향을 준 은영 누나도 만났죠”
그 시작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입구에서 나를 반겼던 ‘록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티베트어로 ‘친구’와 ‘돕는 이’를 뜻하는 록빠(Rogpa)는 티베트 임시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 한국인 부인과 티베트인 남편이 세운 단체다. 무료로 탁아소를 운영하고 여성들의 수공예품을 팔아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하는 활동을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의 자원봉사와 재능기부가 많은 보탬이 된다고 한다. 경수씨도 록빠에 방문했을 때 로스팅과 핸드드립 기술을 전수하고 왔다고. 그는 또 “제가 특별한 게 아니에요. 누구나 그곳에 가면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거든요. 다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잊게 될 뿐이죠. 제 팔에는 타투가 하나 있어요. C.O.E(Cup of Excellence)라고 최고의 커피를 뜻하는 마크인데, 커피로 꽤 괜찮은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팔에 새기게 됐어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고의 한 잔을 찾는 마크 본연의 뜻 대신,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커피를 위해 그는 오늘도 커피콩을 볶는다.

‘어떻게 쓰느냐’
현재 ‘카페 골고타’는 경영자인 경수 씨와 주로 운영을 맡은 매니저, 그리고 순수 자원활동인 요일 지기들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순수익 기부’라는 익숙지 않은 말, 그래서 더 궁금했던 카페 운영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순수 기부를 너무 어렵게들 생각하시는데, 어떤 행동이나 물리적인 것을 떠나서 쉽게 말하자면 순이익에서 운영비를 뺀 비용을 기부하는 거에요. 그 비용에는 물론 인건비도 포함되고요. 아직은 마이너스 기부가 될 때도 있지만, 첫 마음가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누군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직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보다 살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은, 명백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에게 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는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돈 많은데 누구 싫어할 사람 있을까요? 저부터 당연히 돈이 많으면 좋죠”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얼마 전 록빠에 기부하는 활동을 하고, 뒤풀이에서 어떤 친구가 기부를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친구는 자기보다 몸으로 직접 봉사하시는 분들이 더 멋있고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돈도 없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우스운 얘기인데 자선단체지만 돈이 없으면 운영이 되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특히 금전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데, 돈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결국, 돈은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공연+참여+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에는 록빠 2호점인 ‘사직동, 그 가게’라는 카페가 있어요. 그 가게를 보고 ‘나도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원래 커피를 좋아하고 기부활동도 해왔지만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니까 힘든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처음에 목표로 했던 ‘공연+참여+기부’라는 형식을 유지하고 싶어요. 작게나마 음악회도 열고 토요일 12시~1시에는 정기적으로 커피 모임도 가지고 있어요. 가지고 있는 콩을 가져오셔도 되고 저희 카페에 있는 콩을 쓰셔도 되고, 같이 로스팅도 해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식으로요. 아직은 록빠를 통해 알게 된 마산, 창원, 부산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요”라며 학생으로는 오늘이 첫 방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음악회와 플리마켓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도 열고 싶고, 주말 농장을 만들어서 유기농 농사도 짓고 싶어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와서 있다 갈 수 있는 카페가 되도록, 장기적으로 봤을 때 100호점을 여는 게 최종 목표에요”

요즘 많이 밀고 있는 말이라며 ‘최고의 소통은 나눔이다’를 이야기하고 인도에서 물처럼 마시는 음료 중 하나인 맛살라짜이를 한강 이남에서 제일 맛있게 끓이는 곳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 그리고 “왜냐하면 끓이는 곳이 여기밖에 없거든요”라는 말을 덧붙이는 정도의 재치가 있는 사람. 그가 100호점을 여는 날이 오기를, 조금씩 그 꿈에 가까워지기를 기다리고 싶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이고, 말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행동이 더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사실 우리 삶의 대부분이 머릿속에서, 입 속에서 뱅글뱅글 맴돌다 사라진다.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고, 하지 못한 말들과 지키지 못한 일들은 흔적을 남겨 종종 후회로 떠오른다.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흘려보내지는 말자. 가끔은 사소한 것에 신경쓰지 않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나와 함께 타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더 좋고.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수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