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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안전에도 관심 가져주세요"[싸이렌] 어두운 대학캠퍼스와 에너지 절약

 밤 12시 30분. 길을 걷는다. 누군가 자꾸 따라오는 것만 같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지만 암흑으로 뒤덮인 숨죽인 학교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학교 안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아무리 다독여 보지만 캄캄한 어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때 마침 건너편에 남자가 걸어온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봤던 온갖 나쁜 상상이 머릿속에서 폭팔한다. 그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쳐다본 후 다시 나를 따라 다녔던 소리를 찾아본다. 몇 발자국 걷다 보니, 그 소리의 실체는 나의 가방 끈과 바지 상표간의 마찰음이었다. 다행이 공포는 허탈과 안도로 바뀌었지만 그 날의 공포는 아직도 긴장되는 식은땀으로 남아있다.

 이것은 사림관에서 신문 편집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서 있었던 나의 이야기다. 나의 뒤를 쫓는 듯 하는 소리의 공포는 아마 시각적인 요소의 제약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두컴컴한 학교의 풍경이 청각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고 계속되는 소리와 어둠은 공포로 변환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3, 4년 전 경상대와 기숙사 사이의 길에서 12시를 넘은 시각 혼자 걷던 우리대하 여학생이 퍽치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은 바 있다.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단단한 물체에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린 그 여학생은 쓰러졌고 그대로 범인은 줄행랑쳤다. 조금만 더 밝았더라면 범인이 학교 안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하였을까. 조금만 더 밝았더라면 범인이 그 여학생의 머리를 가격할 수 있었을까. 다 지난 사건이지만 '만약'에 집착하게 된다.

 물론 밤 12시를 넘은 시간에 사람들의 행보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그 시간 이후에는 켜놓은 가로등 개수를 줄이는 게 경제적으로는 물론 더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밤길을 한 번쯤 걸어본 학생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최영회(신문방송10)씨는 "대학본부에서부터 기숙사 가는 길이 상당히 어둡다. 가로등이 있지만 할아버지들 책 읽는 불빛처럼 침침하다. 밝기도 밝기지만 가로등 숫자도 부족한 것 같다. 지금보다 좀 더 밝은 색의 불빛으로 바꾸면 여학생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여학생 A씨는 "혼자 걸어가면 누가 뒤에서 따라와서 성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이 항상 있다. 그리고 가끔씩 불이 들어오지 않거나 지지직 거리는 고장난 가로등이 있어서 더 무섭게 만든다. 가로등 관리에 신경을 더 써줬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 하고 기숙사에 돌아오는 B씨는 "주위가 산인데다가 인적도 드물어서 더 어둡게 느껴진다. 시험기간에 밤 늦게 기숙사에서 도서관에 공부 하러 가려다 무서워서 되돌아온 적도 있다. 게다가 기숙사 주위에서 안 좋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더욱 불안하다. 연못 공사나 도로 공사만 할 게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한 배려에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설과는 "고유가 시대에 발맞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현재 가로등의 50%만을 사용하고 있다. 고장난 가로등을 관리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밤에 조사하고 있다. 그리고 예산만 책정된다면 현재 가로등 조명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더 밝은 LED조명으로 바꿀 계획도 있다"며 가로등의 현주소를 밝혔다.

 효율이 중요한 것인지,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가 중요한 것인지는 새로운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판단이 내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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