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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세계의 이색대회
  • 유희진 기자
  • 승인 2016.06.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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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이촌 한강공원에서 열린 ‘2016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서 가수 ‘크러쉬’가 1등을 차지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올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최된 한강 멍 때리기 대회는 ‘현대인의 뇌를 탁 트인 한강에서 쉬게 하자’는 취지로 열리고 있다.

원래 ‘멍 때리다’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는 상태,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뻥찌다’라는 말과 비슷하게 본래 좋은 뜻으로 쓰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멍 때리기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며 그 의미가 많이 변질했다.
학생들은 끊임없는 공부에, 그리고 직장인들은 많은 업무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그나마도 자투리 시간에는 스마트폰의 세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니, 이처럼 우리의 뇌는 쉴 틈이 없다. 이렇게 정신없는 현대인을 위한 멍 때리기는 마음에 잡념을 비우고 머리를 식히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멍 때리기’는 꼭 필요한 과정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본론으로 돌아와, 앞서 말한 한강 멍 때리기 대회처럼 전 세계에서는 특별한 취지가 담긴 많은 이색 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열리는 이색 대회와 그 역사, 의미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극한의 다림질 대회(Extreme Ironing)’

극한의 다림질 대회는 극한의 상황에서 다림질이라는 취지로 세계 곳곳의 선수들이 행하고 있는 범지구적인 익스트림 스포츠다. 장소, 시간, 위치를 불문하고 다리미질을 함으로써 정신적 수양과 자기 위안을 얻는 고품격의 스포츠라고 칭해진다.
극한의 다림질의 창시자는 영국의 청년 ‘필립 쇼’이다. 영국에서 니트웨어 공장에 다니던 필립 쇼는 1997년, 일을 마치고 집에 왔지만 산더미처럼 싸인 옷들을 다림질해야 할 생각에 짜증이 난다. 이때 쇼는 다림질을 집이 아닌 집 밖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동료를 꼬드겨 다리미를 챙겨 즐겨하던 암벽 등반을 간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오른 쇼는 그곳에서 다림질을 하는데 이것이 놀랄 만큼 상쾌함을 준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동호인 모집에 나섰고, 예상외로 큰 호응을 얻게 된다.
스스로도 이 같은 행위가 엉뚱하다고 느꼈던지, 자신은 스팀(증기), 동료는 스프레이(분무기)라는 가명을 가지고 1999년에는 바다 건너 미국, 뉴질랜드,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도는 세계투어에 나서며 이 신종 레포츠를 열심히 전파했다. 이후 이것은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전 세계적인 대회로 인정받고 2002년, 독일 뮌헨에서 처음으로 세계 선수권이 열리게 된다.
극한의 다림질 대회에는 절벽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자세로 다림질, 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다림질, 깊은 수심의 바닷속에서 다림질, 총알이 오가는 전쟁터에서의 다림질 등 상상을 초월하는 ‘다림질’이 연출된다. 그리고 누가 더 극단적인 상황에서 다림질하느냐에 따라 기록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극한의 지역에서 다리미 전원은 어떻게 공급받을까? 처음엔 한없이 긴 전선을 이용했지만, 최근엔 소형 자가발전기를 이용하거나 충전형 다리미를 사용한다고 한다. 심지어 매니아들의 극성에 못 이겨 지열을 이용한 다리미도 개발됐다고 한다.


‘에어기타 경연 대회(Air Guitar Championships)’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악기 없이 악기를 연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아노는 없지만 피아노가 있는 것처럼 허공에 손가락을 움직여 연주하거나, 발로 리듬을 타며 드럼을 치는 시늉을 하는 등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에어기타 경연 대회도 이것에서 영감을 받은 대회다. 대회는 이름 그대로 공기를 이용해 치는 기타로 쉽게 말하자면 빈손으로 기타를 치는 것이다. 기타 없이 실제로 연주하는 것처럼 온몸을 사용해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에어 기타 경연 대회는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대회다.
대회의 기본적인 규칙은 통상주최 측 혹은 참가자가 준비한 곡으로 1분 동안 무대에서 에어 기타를 연주해야 한다. 심사 기준은 실제와 가깝게 악기 연주를 흉내 냈느냐는 물론, 무대 매너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객석을 뜨겁게 달구기 위해 자신들을 우스꽝스럽게 꾸미기도 하고, 실제 기타로는 할 수 없는 고난도 연주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세계 대회는 1996년 핀란드 오울루에서 처음 열리면서 각국에서 국내 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기타도 없이 너무나 멋지고 열광적인 연주를 펼쳐 보이는데, 얼핏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에어기타 경연 대회에는 뜻 깊은 의미가 있다. ‘에어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동안 당신의 손은 총을 들 수 없다’는 ‘평화정신’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지구촌 사람들이 모두 에어기타를 연주하면 전쟁, 기후변화 등 세상의 나쁜 일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종합해보자면 세계평화와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취지를 가진 대회인 것이다.
2004년, 핀란드에서 열린 제9회 에어기타 경연 대회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Miri “Sonyk Rok” Park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소감으로 “모든 사람에게는 에어 기타리스트의 자질이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Wife Carrying World Championship)’

매년 핀란드 동부의 작은 마을 손카야르비 지역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업고 달리는 대회가 열린다. 한 동네의 운동회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대회는 1992년에 시작되어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공식 스포츠 대회이다. 이 대회는 옛날, 산적들이 부녀자들을 납치해가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남자들은 아내를 자신만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업은 채 연못, 허들, 통나무 등 장애물을 통과하면서 253.5m를 달려야 한다. 규칙을 보면 아내는 만 17세 이상에 49kg 이상이어야 참가할 수 있으며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남편에게서 떨어지지 않도록 매달려야 한다. 반드시 남녀가 한 조를 이뤄야 하지만. 대회명과 달리 파트너는 꼭 아내(남편)가 아니어도 좋다.
남편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아내를 업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재밌는 구경거리가 된다. 평범하게 어부바하는 것부터 옆으로 들춰 매는 자세까지,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세는 아내가 남편의 목에 다리를 걸고 거꾸로 업히는 자세이다. 이 자세는 에스토니아에서 온 부부가 처음 선보여 ‘에스토니아식 업기’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무려 8년간 대회에서 연속우승을 거머쥘 만큼 우수한 기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승한 부부에게 주어지는 상도 아주 독특한데, 아내의 몸무게만큼의 맥주를 준다고 한다. 대회 관계자는 아내를 업는 훈련이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유도해 부부관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국제적인 대회가 된 아내 업고 달리기는 현재, 핀란드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에서도 열린다. 북미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과부 만들기’라는 물길 코스가 있는데 재밌는 코스 이름에서 얼마나 힘든지 가늠할 수 있다. 2014년에 열렸던 제14회 북미 아내 업고 달리기에는 한국 부부인 이종석, 박지성이 출전하기도 했다.

 
‘외제차(BMW) 오래 만지기 대회’

매년 중국에서 키스 대회, 장발 대회, 바느질 대회 등 다양한 이색 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려는 대회는 어느 대회보다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외제차인 BMW 오래 만지기 대회이다. 대회는 2012년, 쓰촨성 청두시 텐라이국제광장에서 열렸으며 총 120여 명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대회의 규칙은 4시간에 한 번 15분간 휴식할 수 있으며, 가장 오랫동안 차량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이 27만 8,000위안에 달하는 BMW 자동차의 5년 사용권을 획득하게 된다.
경기가 시작되자 24시간 내내 참가자를 감시하는 심판과 CCTV 26대가 등장했다. 참가자들의 가족들은 끼니를 챙겨와 참가자들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체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이 속속 포기하기 시작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한 발짝도 걸어 나갈 수 없어 가족에게 업힌 채 밖으로 나가거나, 그 자리에 누워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는 등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결국, 경기가 시작된 지 87시간이 지나고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이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결국 포기하면서 승리는 ‘쑹장창’에게로 돌아갔다. 쑹장창은 87시간 동안 빵 몇 조각, 라면 1개, 소시지 3개, 말린 두부 2개, 도시락 1개, 사과 2개를 먹고 10병이 넘는 생수를 마시며 버틴 끝에 우승했다.
쑹장창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급 자동차 사용권을 손에 쥐게 돼 기쁘지만, 다시는 못할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는데, 그의 말에서 얼마나 힘든 대회인지 알 수 있었다. 여러 대회 중에서도 엄청난 끈기가 필요한 대회였던 만큼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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