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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내 무관심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우아한 거짓말> 감독: 이한
  • 김도연 기자
  • 승인 2016.05.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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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언제나처럼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가족들과 대화를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우울함이 온몸을 짓누를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힘겨울 때 의지할 대상이 없다면 그것을 얼마나 슬픈 일일까. 성인인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길 땐 다른 사람에게 마냥 의지하고플 때가 있다. 그것이 가족, 친구 또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여도.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주인공 ‘천지’는 중학생이다. 한창 예민할 시기, 친구들과 마냥 어울려 노는 것이 좋을 때 천지는 왕따를 당한다. 천지에게는 엄마도 있고 언니인 ‘만지’도 있다. 하지만 가게 일을 하느라 바쁜 엄마, 고등학생인 만지는 천지가 왕따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동생이 죽은 이후 엄마와 만지는 이사를 하고 만지는 동생이 죽은 원인을 찾는다. 자신의 동생이 왕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왕따 주동자는 천지와 단짝이었던 화연이었다. 왕따를 당하던 천지는 자신의 비밀을 누구에게 털어놓았을까.
만지는 천지가 ‘누군가 자신을 괴롭히면 어떡하냐’고 했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 생각나고, 엄마도 무심코 지나쳤던 천지의 말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천지는 죽기 전 털실로 목도리를 짜달라고 부탁했었다. 엄마는 그 말을 기억하고 털실로 목도리를 짰다. 그리고 털실 안에 있던 쪽지를 발견한다. 그 쪽지에는 천지의 유언이 담겨 있었다.
천지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까? 영화 속에서 “살다 보면 엄한 사람한테 속 얘기를 할 때도 있는 거야. 엄한 사람은 비밀을 담아 둘 필요가 없잖아. 그 엄한 사람이 나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는 만지의 옆집 남자의 대사다. 그는 천지가 고민을 털어놓던 유일한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도 그저 ‘엄한 사람’이었기에 절대적인 위로를 보낼 수 없었고 힘이 될 수 없었다.
천지가 남긴 마지막 털실 안에는 천지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지? 고마워, 잘 견뎌줘서’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것을, 그때는 모른다. 누구나 힘든 시기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순간을 견디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천지가 ‘엄한 사람’ 말고 진정으로 고민을 나누고 위로받을 대상이 있었다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 각박한 세상 속을 살아가는 지금, 언젠가 나도 모르게 무관심으로 누군가에게 상처 주진 않았을까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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