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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제14회 창원대문학상 수상작수필부문

수필부문 당선작 1)

제목 : 우리 동네, 화촌

                                                                                                                                  하사라/국어국문 08

 오늘도 걷는다. 
 매일 학교를 가기위한 25분의 운동을, 집으로 가기위한 25분의 산책을 위해 난 오늘도 걷는다.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의 한 귀퉁이, 관동리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마한 마을. 양지바르고 물이 좋아 살기 좋은 동네.
 올해로 12년째 거주하고 있는 제2의 고향, 화촌 마을이다. 

 우리 마을을 지나는 버스는 1시간 40분마다 한 대씩. 버스가 자주 있는 이웃마을에서 우리 집까지는 절어서 25분이다. 난 감사한다. 
 이런 고마운 제약이 있기에 난 오늘도 우리 마을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독 우리 마을을 좋아했다. 
 교통, 주변시설, 느린 인터넷. 어느 하나 편한 게 없었지만, 속이 확 트이는 맑은 공기가 있고, 문단속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던 인심이 있으며, 색깔 있는 풍경을 가진 우리 마을이 난 너무 좋았다.

 봄에는 향긋한 아카시아 향기가 있었고, 여름엔 온 마을을 새파랗게 물들이던 물미나리 밭이 있었다.
가을엔 노랗게 익은 벼와 넓게 펼쳐진 코스모스 밭이, 겨울엔 추수가 끝나 가슴이 뻥 뚫릴 듯 펼쳐진 논이 나를 반겼다. 
 가끔 달이 밝은 밤이면, 아버지는 우릴 부르시곤 했다. 한손에는 망원경을, 한손에는 하모니카를 들고, "사라야, 사도야, 사명아, 달 보러가자."
 달빛 아래로 보이는 논두렁을 따라 우리가족은 마을하천으로 간다. 난 달을 보고 아빠는 물가에서 하모니카를 부셨다. 달빛은 환하게 풀벌레와 노래하고, 하모니카소리는 한없이 잔잔하게 사방으로 퍼져간다.
 그렇게 우리가족의 한밤에 데이트는 종종 행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 여름이면 마을을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이던 미나리 밭도, 달 밝은 밤이면 나와 함께했던 논두렁도 하나둘씩 날 떠났다. 회색 무미 거조한 아파트와 휘황찬란한 가로등이 생겨나고, 노랗고 파란 풍경들이 검은색 아스팔트로 채워져 갔다. 유년의 내 추억을 담은 소중한 장소들은 이렇게 하나둘 씩 날 떠나고야 만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던가. 12년 만에 너무 달라져 버린 우리 마을이 낯설게 느껴져 서글플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 마을의 다정함에 난 다시 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난 오늘도 어김없이 알록달록 보도블록 위를 걷는다.
 달콤한 공기를 마시며, 달밤에 밟았던 논두렁 풀밭 길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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