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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그 불편한 현실2016년이 시작된 지 겨우 3달이 흘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은 아동학대 사례를 목격했다.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6.04.0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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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결석,미취학아동 전수조사 그 후

지난 해 12월 인천의 한 슈퍼에서 한 소녀가 빵을 훔치다 붙잡혔다. 아이의 상태가 의심스러웠던 가게주인이 경찰해 신고했고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 소녀는 2년간 친부와 그의 동거녀에게 폭행을 당하고 집에 감금당했으며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2층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와 탈출한 것이다. 11살. 초등학교 4학년의 나이임에도 키는 7살, 몸무게는 4살 평균밖에 되지 않았다. 초등학생이 2년 동안 집안에 감금되어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도 누구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세간은 충격을 받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장기결석아동 대상 전수조사가 실시되었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가 시작되고 사각지대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1월 16일, 부천 초등학생 토막시신사건. 자신의 친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다 심하게 다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두다 사망하자 시신을 훼손, 자신의 집 냉장고에 4년이나 방치해 둔 부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학교 측은 2012년부터 무단결석을 해온 최 군의 가정에 수차례 출석독촉을 했다. 하지만 아이를 만나지 못했고 올해 전수조사가 시작 된 후 부모에게 전화를 하자 “아들이 가출했다”는 답에 수상함을 느낀 학교 측이 경찰에 신고 했다. 부모에게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어 검찰에 넘겨졌고 지난 3월 재판이 이뤄졌다.

 2월 3일, 부천 여중생 백골시신 사건. 앞서 발생한 두 사건의 경우 부모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중산층가정에서는 아동학대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백골 상태로 발견된 여중생의 부모가 목사이자 신학대 교수임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은 더 컸다. 부패중인 시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집안 곳곳에 향초와 방향제를 피워두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행동에 세간은 경악했다.

2월 15일, 큰딸 살해 암매장 사건. 한 40대 여성은 남편과의 불화로 가출한 뒤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지인들의 집에 얹혀살았다. 그러던 중 큰 딸이 집주인의 가구와 옷을 훼손하고 말을 듣지 않는 다는 이유로 베란다에 감금, 폭행 했다. “애를 잡으려면 제대로 잡아라”는 집주인의 말에 딸을 결박한 뒤 방치했다. 딸이 사망하자 경기도 광주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 과정에 관여했던 친모를 포함한 5명이 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3월 12일, 평택 실종 아동 원영이 사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행방불명된 ‘신원영군 실종사건’이 공개수배로 전환 된지 3일째 되던 날, 원영이의 친부와 계모는 아이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야산에 암매장 한 사실을 자백했다. 이들은 평소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으며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한 겨울에 욕실에 가둬놓았고 결국 숨지게 했다. 이들은 아이가 사망한 후에도 책가방을 사고,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평소 원영이를 돌봐주던 지역아동센터의 사회복지사들에 의해 학대사실이 드러났다. 


 기사가 작성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장기결석, 미취학아동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해당아동의 소재파악에 힘쓰고 있다. 인천의 11살 소녀의 탈출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전수조사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고, 위와 같은 악랄한 범죄와 학대 받던 아동들은 여전히 어두운 사각지대에 가려있었을 것이다.

# 죄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
연이어 드러나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형량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울산 계모 의붓딸 살인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아동학대 특례법은 아동을 숨지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아동학대치사죄의 권고 형량은 징역 4~7년으로 일반 살인죄의 처벌 기준인 징역 10~16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 국민이 분노한 아동학대사건들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처벌형량이 선고되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여기에는 법리적인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형법체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형법을 규정하는 원칙 중 ‘형법 해석에 있어서 법조문의 문장과 표현대로 엄격히 해석하고, 해석자가 자의적으로 유추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이 실제 법에 적용이 될 때 지나치게 낮은 형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조계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를 저지를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처하도록 한 미국 등의 해외 사례를 고려해 우리나라도 아동학대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다
본래 우리나라는 공동체적 삶을 영위해왔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집안 분위기가 어떤지 속속들이 아는 공동체적인 사회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제 몸 하나 건사하기조차 힘든 각박한 세상을 경험했다. 그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개인주의가 팽배하기 시작했다. 고개만 살짝 내밀어도 옆집이 보였던 과거와는 달리 단단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오늘날의 주거문화도 이웃에 대한 무관심에 한몫 했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사실을 알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의 동네에서 어린아이가 끔찍하게 학대당하고,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자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이웃의 자녀양육방식에 대해 ‘남의 집 가정사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아이가 학대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 제도적 변화의 시작
사태가 심각해지고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자 정부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정부는 아동학대신고센터 관련 예산을 당초 올해 계획 대비 20%가량 긴급 증액하는 방안으로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활용해 당초 370억 원에서 80억 원(21.6%) 늘어난 450억 원이 예산으로 확대편성된다. 편성된 예산은 아동학대신고센터 역할을 하는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 증대와 시설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대처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전국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은 56곳이다. 기관 당 근무하는 상담원은 평균 15명으로 상담원 한 명이 담당하는 지역 아동은 평균 1만 8000명에 달한다. 아동학대를 제대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담원이 학대 의심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화정 관장은 “상담원이 학대 의심가정을 24시간 감시하고 방문하기 위해서는 기관 1곳당 최소 10명의 인력이 추가되어야 한다”며 “100억 원을 인력충원에만 써도 56개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원을 6명씩 늘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20%의 예산을 확대편성했음에도 인력난으로인해 아동학대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사건의 조기발견율을 높이고 엄벌을 강조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계속해서 발의되고있다.
아동학대는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계절에 맞지않는 옷을 입는다거나, 몸에 상처가 많거나, 보호가 필요해 보이는, 학대받는다고 의심이 가는 아동을 발견할 시에는 주저말고 112로 신고하자.


<교수님의 강의실 - 가족복지학과 최혜영 교수>

#아동학대는 왜 일어나는 것인가?
아동학대는 과거부터 있어왔으며, 이는 아동을 존중하지 않던 인식에서 출발한다. 더욱이 현대 사회 들어 취약해진 가족관계 안에서 극악한 형태의 아동학대가 빈번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크게 부모들 개인적 특성과 사회구조적 특성을 꼽을 수 있다. 개인적 특성으로는 부모 개인의 성격 및 기질적 문제를 들 수 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부모들은 대체로 양육지식이나 기술의 부족으로 부적절한 방법으로 자녀를 훈육하게 된다. 둘째, 사회구조적 측면의 경우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등이 있다.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가족갈등으로 이어지며 가장 약자인 자녀가 피해를 입게 된다. 최근 사망에까지 이른 아동학대 사례들을 살펴볼 때, 사회경제적 특성보다 부모 개인적 특성 원인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동학대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조기발견과 가족을 건강성을 회복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에는 양육 상담과 동시에 직업훈련을 통한 직장을 연계를, 한부모 가정에게는 아이돌보미 사업의 혜택을 받도록 연계해주는 체계적 제도가 필요하다.
바람직한 부모역할은 자녀가 생김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 됨이란 자신이 경험한 한 세대에 걸쳐 내재화 되는 것이 그 바탕이기 때문에 부모교육이나 상담이 실시된다고 해도 당장 그 효과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부모에게는 자녀와 올바른 애착형성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이와는 별도로 아이들에게는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효과적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잘 자라야 다음세대에서 건강한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므로 이는 현재 우리가 선결해야할 과제이다.

#피해아동은 어떻게 보호해야하는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피해아동에게 단기적인 심리치료나 부모로부터의 단순한 격리보다는 성장과정에 걸쳐 장기적으로 회복탄력성이 생길 때 까지 관심을 돌보는 체제가 필요하다. 반복성과 중독성을 갖고 있는 폭력은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속하는 의사, 교사, 사회복지사 등은 아동에게 학대의 증후가 나타나면 조기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근 장기결석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가 시작된 이래 끔직한 학대 사건들이 드러나고 있다. 전수조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위험에 처해있는 취약한 아동들에 대해 가족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개입방법의 개발에 보다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끝으로 아동학대 사건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보도방향을 보면 아동학대 사건의 잔혹성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향후에는 선정적인 보도보다 학대받은 아동들이 회복해나가는데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보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영진 기자 seo0jin@changwon.ac.kr
삽화 장두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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